BTS도 대통령도 "질서와 안전" 신신당부…광화문 광장 가보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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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 인파 예고에 '거미줄 안전망' 가동
지하철 환풍구·옥상 통제에 빌딩 자체 폐쇄까지
"하루 정도는 불편함 감수" vs "왜 광화문에서?"
시민들 엇갈린 반응
오는 21일 오후 8시, 대한민국의 '빅 이벤트'라 불러도 될만한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 컴백 라이브를 단 이틀 앞두고 '왕의 길'은 유례없는 모습이다.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이후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인 약 26만 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전례 없는 수준의 '거미줄 안전망'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 '판교·이태원' 트라우마에 환풍구까지 철제 펜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지하철역 인근 환풍구 주위로 겹겹이 설치된 철제 펜스였다. 2014년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공연 중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인파가 환풍구 위로 몰리는 상황을 원천 차단한 것으로, 광화문역은 물론 경복궁역과 시청역 인근 환풍구까지 펜스 설치가 완료됐다.추락 사고 예방을 위해 주변 빌딩의 옥상 출입도 엄격히 제한된다. 일부 건물 벽면에는 '광화문 인근 건축물 안전관리 협조 요청' 공문이 붙어 긴장감을 더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직원은 "토요일 오후 4시부터 건물 자체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개방된 도심 공간에서 열리는 다중 운집 행사의 위험성을 고려해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안전 관리가 이뤄지는 한편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광화문광장 중앙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여러 개 설치됐다. 광화문광장 인근 건물의 화장실도 상당수 개방된다. 공연 당일 현장 진료소도 세 곳에서 운영된다. 진료소는 세종대왕 동상 옆,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옆, 이순신 동상 근처에 자리한다.
업무차 광화문에 방문했다는 한상민(45)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전 관리뿐만 아니라 시민 의식도 중요하다"며 "공연 당일 사람들이 통제에 잘 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공연이 또 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 통제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민도 있었다. 시청역 인근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윤혜원(26) 씨는 "시청역까지 안전 펜스로 다 막아놓은 상태"라며 "좋은 취지인 건 알지만, 통행하는 데 불편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 지금은 그나마 괜찮은데, 공연 당일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윤 씨는 "스케줄 근무라 공연 당일인 토요일에도 출근한다. 업무가 오후 3시에 끝나는데, 공연 입장 시작 시간이 오후 3시"라며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회사 건물에서 대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공연 당일에는 회사 건물에 들어갈 때 신원 확인도 철저히 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서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네티즌들은 "두 번 컴백하면 나라 전체가 올스탑 할 것 같다", "계엄 때도 택배는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택배사로부터 받은 배송 지연 문자를 인증하기도 했다. 실제로 교보문고는 종로구 일대(광화문광장 주변) 택배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난 18일 공지했다.
택배 배송이 지연되는 이유는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가 통제되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버스 이용도 제한된다. 시청역, 경복궁역, 광화문역 등이 무정차 대상이다. 서울 시내 17개 지하철역 역사의 물품 보관함도 폐쇄된다. 또한 세종대로·사직로·새문안로를 경유하는 노선버스는 우회 대상이다.
◆ 7천여 경찰·여경·구조대원 대거 차출…BTS도 '안전' 강조
소방청 역시 최고 수준의 지원책을 가동한다. '특별경계근무 제2호'를 발령해 소방관서장 정위치 근무 및 기동순찰을 강화하고, 구조대원 등 인력 800여 명과 장비 100여 대를 현장에 투입한다. 국가소방동원령을 통해 구급차 50대를 선제 배치하고 거점 3곳에 상황관리관을 파견해 테러 대응 등 만일의 사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지휘 체계를 확보했다.
하지만 무리한 인력 동원으로 지구대와 파출소 등 기초 치안 단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비번인 직원들 위주로 동원하려 하지만,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맏형 진도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광화문에서 컴백쇼를 진행하게 됐다"며 "의미 있는 곳에서 오랜만에 다 같이 인사드릴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도움 주신 분들과 이해해주신 모든 분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저희도 최선을 다해 좋은 무대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장에서 보시는 분들은 안전에 꼭 유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대한민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고, 주말 BTS 공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일시적으로 급증해 인천공항 입국장이 매우 혼잡한 상황"이라며 "현장의 혼란과 불편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특히 "모레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관광객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이고 신속하게 투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질서 유지는 철저히 하되 국민 불편이 없도록 세심하게 챙겨달라"며 시민 불편 최소화도 함께 당부했다.
김예랑 / 이수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