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e] 임희윤의 음겪공문제: ‘나는 000을/를 누워서 본다’
누워서 보는 콘서트 '눕콘'의 확산
명상·전자음악 결합해 음악을 '체험'하는 공연 증가
답은? 1번, 핸드폰? 2번, 방 천장? 3번, 밤하늘? 애석하지만 다 ‘땡!’ 정답은 ‘콘서트’다.
아니, 콘서트를 누워서 본다니…. 앉아서 보는 ‘좌식’, 서서 보는 ‘스탠딩’까지는 경험해 봤지만, 누워서 보는 ‘와식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서서 보다 힘들어서 염치 불고하고 드러누워 버리는 것도 아니고 아예 대놓고 처음부터 눕는다. 무대 앞에 눕는다. 이런 공연이 요즘 조금씩 느는 추세다.
가재발과 대니에 이어 나오는 일렉트로닉 듀오 ‘에코하우스(Echohouse)’ @echohouse_duo 의 무대도 기대할 만하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토끼굴’에서 관객 15명을 두고 시험 공연을 가졌던 에코하우스는 사실상 이번 ‘나우톤’이 데뷔 무대다. ‘한국의 국악인+미국의 실험음악가’의 편제부터 흥미롭다. 국가무형유산 가곡 이수자가 미시간주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현대음악가를 만나 만든 팀이다. 전자 장비로 내는 앰비언트 사운드에 국악의 호흡이나 시김새를 적용한 즉흥 보컬 연주를 섞어 낸다. 객석을 작은 종과 타악기를 들고 누비며 노래하는 아날로그 퍼포먼스가 디지털 노이즈와 섞여드는 모양새가 이율배반적이다.
공연을 기획한 위사(WeSA)는 전자 음악 기반의 온갖 신기한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지원하는 곳이다. 매년 소닉 블룸, 위사 페스티벌 같은 전자음악 축제를 열고, 강좌도 진행하며(위사 아카데미) 최근에는 독일 베를린의 유수 축제인 CTM 페스티벌과 교류전을 갖기도 했다.
눕는 콘서트, ‘눕콘’. 또 있다. 이달 초 서울 성동구 ‘성수율 뮤직’에서 열린 ‘실링 서비스’ 시리즈는 3면의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시청각 몰입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천장이 높고 객석이 1, 2층으로 돼 있는데 역시나 무대 바로 앞은 ‘눕존(눕는 구역)’이다. 이번엔 네덜란드 전자음악가 마르텐 보스도 참여해 몽환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사실 필자도 지난해 준(準-) 눕콘에 진행자 및 강연자로 나선 적이 있다. 9월 CGV 용산아이파크몰 템퍼시네마에서 유니버설뮤직이 연 막스 리히터 새 앨범 ‘Sleep Circle’ 특별 감상회다. 장소명에서 짐작하셨으리라. 맞다. 극장 좌석이 가변형 매트리스로 돼 있다. 필자는 스크린 앞에 서서 J.S. 바흐부터 리히터까지 수면 음악의 역사에 대해 열띤 강의를 펼치는데, 객석에서는 슬슬 좌석을 ‘와석’으로 변신시키는 분들이 계셔서… 몹시 부러웠다. 이유진 서울대학교 수면의학센터장의 2부 강의까지 끝나고, 막스 리히터 신보 전곡 감상이 좌중 누운 가운데 성스럽게 90분간 이어졌다.
참,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에서 펼친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의 ‘눕콘’도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 소소한 화제를 모았다. 무려 3시간 동안 펼쳐진 ‘와음’의 세계다.
지금, 음악을 ‘겪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일단 22일 마포구 틸라 그라운드에 가서 저와 함께 누우시면 된다. 참고로, 필자는 앞으로 더 흥미로운 ‘음악 겪는 공간’을 소개하려 한다. (누워서) 기대해 주세요.
임희윤 뮤직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