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M&A, 비즈니스 DNA를 바꾸다

ESG M&A로 비즈니스 DNA를 혁신하는 기업과 투자자가 늘고 있다. 화석연료기업에서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한 오스테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최근 투자자는 M&A에 ESG를 적극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한경ESG] 커버 스토리 - ESG M&A 대해부
영국 혼시2 프로젝트에 설치된 풍력발전 터빈 모습. 사진=오스테드
세계 최대 해상풍력 회사인 오스테드(Ørsted)는 화석연료 기업에서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 대표 사례다. 2009년, 2040년까지 에너지 생산의 85%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놀랍게도 오스테드는 이 목표를 21년 앞당겨 2019년에 달성했다.

비결은 M&A다. 오스테드의 전신은 덴마크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 동 에너지(Dong Energy)다. 오스테드는 2006년 동 에너지를 포함한 복수 에너지 기업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2017년 동 에너지에서 오스테드로 사명을 변경한 직후에 석유 및 가스 사업 부문을 영국 화학 회사 이네오스(Ineos)에 매각했다.

이후 오스테드는 풍력에너지, 특히 해상풍력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보다 비싼 문제를 규모의 경제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2017년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사업을 단계적으로 매각한 데 이어 풍력에너지 프로젝트를 확대했다. 특히 2016년 상장 이후에는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M&A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미국의 재생에너지 개발 회사 링컨 클린 에너지(LCE)를 5억 달러(약 6910억 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 M&A 사례다. 오스테드는 LCE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LCE가 텍사스를 중심으로 한 미국 내 유망한 육상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LCE는 오스테드 육상(온쇼어) 사업부로 완전히 통합됐다. 이는 오스테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당시 데클란 플라나간 LCE CEO는 오스테드 육상사업부를 맡아 미국과 유럽에서 50억 달러 넘는 투자를 집행하며 오스테드의 성장에 일조했다.

이 외에도 오스테드는 미국 해상풍력 개발 회사 딥워터 윈드(Deepwater Wind)를 5억1000만 달러에 인수해 미국 동부 해안에서의 해상풍력 사업자 지휘를 공고히 했다. 2021년에는 미국 에너지 회사 에버소스 에너지(Eversource Energy)와 합작 투자해 동부 해안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오스테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M&A를 통해 성장한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ESG, 기업가치 평가 잣대

오스테드가 M&A를 통해 기업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면 M&A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M&A 시장에서 ESG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ESG 정보가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기업가치를 할증하거나 할인하는 데에도 ESG 정보가 활용된다.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Deloitte)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0% 넘는 M&A 전문가가 ESG 현안으로 인해 잠재적 인수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ESG 경영상 강점이 있는 대상에 대해 더 많은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딜로이트는 지난 1월 북미, 유럽 및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연간 수익이 최소 5억 달러(약 6950억 원) 이상인 기업과 최소 10억 달러(약 1조3900억 원) 이상 자산을 관리하는 사모펀드의 M&A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ESG 요소가 M&A 과정에 점점 더 통합되고 있으며, 대상 선정 및 실사, 최종 의사결정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에게 ESG 관련 정보가 폭넓게 제공되고, ESG에 대한 전반적 이해력이 높아지며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 딜로이트의 설명이다.
미국 뉴욕주 블랙스톤 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ESG M&A 통합하는 PE들

실제 자산운용사도 M&A 과정에서 ESG를 중요하게 다룬다. 투자 대상 물색, 기업 발굴과 분석, 예비 심사, 투자 결정 및 집행, 사후 관리, 매각 등 모든 영역에서 ESG 현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ESG 실사는 ESG M&A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산 운용사가 이를 고도화하고 있다.

505조 원 규모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칼라일(Carlyle)은 사모투자 및 신용사업 부문에서 ESG 투자정책을 마련했다. 투자팀이 사모펀드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실사할 때 ESG도 함께 검토한다. 기후 등 특정 현안은 전문 ESG 파트너와 함께 추가 조사를 실시한다.

또 칼라일은 2022년부터 기후 관련 전환, 물리적 위험, 탄소 관련 규제 등에 대해 평가하는 기후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실사 절차에 포함했다. 최근에는 인권 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 대부분의 투자는 투자위원회에서 ESG 문제를 심의 안건으로 상정해 분석하도록 했다.

칼라일은 M&A가 종료된 이후에도 인수 기업의 ESG 성과를 관리한다. 2018년 네덜란드 화학회사 악조노벨(AkzoNobel)로부터 특수 화학 부문 사업부인 노비안(Nobian)을 싱가포르 투자청(GIC)과 101억 유로(약 15조 원)에 공동 인수했다. 이후 노비안은 2030년까지 직접 탄소배출을 2020년 대비 50% 줄이고 저탄소 상품은 최소 40% 확대하는 환경목표를 수립했다.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Blackstone) 역시 M&A와 ESG를 통합하고 있다. 사모투자와 헤지펀드 솔루션 부문에서 ESG 위험과 기회를 식별할 수 있도록 실사를 수행한다. 2021년 섬유 및 제지 회사 서스타나(Sustana)를 인수한 이후 회사의 ESG 실적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인수 직후인 2022년 서스타나의 온실가스배출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장윤제 법무법인 세종 ESG연구소장은 “ESG 투자 당시와 투자 이후 ESG 실사를 통해 온실가스배출량을 측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M&A 과정에 ESG를 통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IMM홀딩스는 ESG 연차 보고서에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 배제), ESG와 관련한 체크리스트를 공개하고 있으며 투자 검토 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투자 대상 회사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ESG 실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ESG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3자 컨설팅 전문 기관의 자문을 받는다.

장 소장은 “최근 투자 대상 회사의 ESG 경영 현황이 기업가치 확인 및 거래 안전 보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ESG 실사가 일반화되고 있다”며 “국내외 대형 자산 소유자 및 자산운용사가 ESG 투자정책을 갖고 그 일환으로 ESG 관련 실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