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연수생…'불법취업' 통로 된 어학당

亞학생들, 돈 벌러 한국行…서울 아닌 지방대로

베트남 입국자 30%가 불법체류
우즈베크·중국·몽골인 등도 많아

어학비자로 들어와 '감감무소식'
재정난 지방대는 알고도 유치
현지 설명회서 '한국취업' 어필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에서 아무리 관리한다고 해도 ‘불법 취업’을 작심하고 들어온 외국 학생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일용직업계에 베트남·우즈베키스탄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불법 취업이 쉽습니다.”(한 지방사립대 어학당 관계자)

국내 학생들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외국인 학생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지방사립대 어학당이 불법 취업 경로가 되고 있다. 한국어연수 과정으로 손쉽게 입국한 뒤 수업을 방치한 채 돈벌이를 위한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사례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대 어학당 등록 후 불법취업

30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에 한국어연수(D-4-1) 비자로 들어온 학생의 국적은 베트남이 4만7484명(65.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6654명·9.18%), 몽골(4864명·6.71%), 우즈베키스탄(1976명·2.72%) 순이었다. 반면 프랑스(0.35%), 미국(0.33%) 등 서구권 학생의 어학연수 비자 비중은 크게 낮았다.

동남·중앙아시아 출신 학생은 주로 지방대 부속 어학당으로 향한다. 강릉원주대는 101명 중 71명(70.3%), 충남 건양대 한국어교육센터는 70~80%가 베트남 학생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 어학당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희대 국제교류원은 중국 학생이 약 60%, 일본 학생이 20~30%, 영미권 학생이 약 10%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아메리카대륙 출신이 24.8%로 국내 어학연수생 대비 비중(0.95%)보다 훨씬 높다.

불법취업 만연한 ‘지방 어학당’

표면적인 이유로는 서울과 지방의 생활비 차이가 꼽힌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영미권 학생들이 서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대학가 현장에서는 ‘어학연수가 불법 취업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베트남인 26만6752명 가운데 7만9831명(29.9%)이 불법 체류자로 분류된다. 우즈베키스탄은 8만7931명 중 8839명(10.1%)이 불법 체류 상태다. 한 지방사립대 어학당 관계자는 “지방 어학당들은 어학연수생이 학교 밖에서 일으킨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며 “이미 해당 국가 출신 성인들이 일용직업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점도 학생의 불법 취업이 쉬운 이유”라고 전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만성적인 재정 위기에 처한 지방대 입장에서는 ‘외국인 어학생 모시기’가 유일한 자구책이나 다름없다. 불법 취업을 우려하면서도 학생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지방국립대 관계자는 “국내 학생 부족으로 등록금에 구멍이 난 상태에서 어학당 학생은 중요한 수입 수단”이라며 “영세 사립대는 현지 설명회를 열어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지방대 어학당의 ‘불법 취업 루트화’를 차단하기 위해 법무부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불법 체류율 8~12% 미만, 어학연수생 수료율 50%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한 학교에 비자 심사 혜택을 주고 정원 제한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 입국자 중 어학연수가 목적인 학생에 대한 출입국관리국의 관리·감독이 까다롭지 않아 국내 불법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살림이 어렵더라도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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