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시장을 만들어낸 김슬아 컬리 대표, 온라인투자연계(P2P) 산업을 개척한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 대체육 비즈니스로 이름을 알린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스타트업 업계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여성 창업자들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종사자의 3분의 1(24만9411명, 32.8%)이 여성이다. 지난해 스타트업 신규 채용자 중 여성 비중은 42.2%에 이른다. 직접 창업하거나 C레벨로 올라서는 여성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경 긱스(Geeks)가 스타트업 네트워크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여성 스타트업 대표 100인’을 10일 선정했다. 누적 투자금과 회사 규모, 업종 등을 고려했다. 누적 투자금을 많이 유치한 여성 대표 10명이 일궈낸 기업가치를 모두 합치면 6조원이 넘는다.
그래픽 = 김선우 기자
그래픽 = 김선우 기자
○여성 유니콘 스타트업 1호
e커머스 스타트업의 선두주자는 마켓컬리로 널리 알려진 컬리다. 김슬아 대표는 국내 최초 여성 창업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만들어내며 ‘주 7일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한때 직원 월급과 납품 대금을 걱정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성장을 거듭한 끝에 최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다.

라엘은 2016년 세 명의 한인 여성이 미국에 설립한 위생용품 e커머스 스타트업이다. 디즈니에서 일하며 스타워즈 배급 프로젝트 등을 이끌었던 백양희 대표를 비롯해 언론인 출신 아네스 안 크리에이티브 총괄책임자, 캘리포니아의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한 원빈나 제품 총괄책임자(CPO)가 주역이다.

헬스케어 영역에선 샤코뉴로텍의 정수민 대표가 지난해 1000만달러(약 120억원)의 대규모 시드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헬스케어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시드투자 유치 기준 유럽 최대 규모다. 정 대표는 영국에서 디자인 공학을 공부하던 중 가슴 쪽에 부착해 파킨슨병 환자의 이상 증상을 완화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다.
○‘데스밸리’를 창업 기회로
에듀테크 스타트업 중에선 448억원을 투자받은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가 눈에 띈다. 자란다는 부모와 자녀의 돌봄·교육을 도와줄 시터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가 많은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커리어 데스밸리’가 되는데, 장 대표는 여성들이 경력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창업했다.

클래스101을 창업한 고지연 신사업팀 리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재학 당시 과외를 매칭하는 교내 사업에 관심을 둬 창업했다. 보육 플랫폼 째깍악어의 김희정 대표, 온라인 1 대 1 과외 서비스를 운영하는 오누이의 고예진 대표도 주목받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에도 파워우먼이 즐비하다.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는 업계에서 최초로 중금리대출을 선보인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최근 ‘증권성 논란’으로 화제가 됐던 뮤직카우도 여성 창업자인 정현경 대표가 세웠다.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재테크 상품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콘텐츠 스타트업 중엔 이매지너스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임에도 누적 투자금 500억원을 달성했다. 콘텐츠업계 거물로 손꼽히는 최진희 대표의 영향력이라는 평가다. 그는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수장이자 CJ ENM의 영화·드라마 부문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미생’ ‘오, 나의 귀신님’ 등 흥행 드라마 제작의 주역으로 유명하다.

박소령 대표가 창업한 퍼블리는 커리어 콘텐츠로 시작해 최근엔 구독경제 분야의 슈퍼앱이 됐다. 커리어 SNS인 커리어리, 스타트업 채용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인 위하이어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마케팅 부문에서 인공지능(AI)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아드리엘은 엄수원 대표의 두 번째 스타트업이다. 그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남편과 공동으로 2014년 솔리드웨어를 창업했다. 2017년에는 포브스 선정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들기도 했다.
○동대문의 패셔니스타들
패션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대표 스타트업은 작년 5월 무신사에 인수된 스타일쉐어다. 윤자영 대표가 학생 시절 창업 특강에 온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에게 사업계획서를 보낸 사연으로 널리 알려졌다. 2011년 패션 커뮤니티로 시작해 Z세대를 겨냥한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무신사에 인수될 당시 기업가치 3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동대문 원단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와치온은 정연미 대표가 이끈다. 국내 동대문 원단 20만 개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한다. 동대문 상인들에게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을 제공하는 링크샵스도 서경미, 오영지 여성 공동대표가 운영한다.

라이프·프롭테크 분야의 여성 대표도 많다. 방송국 PD 생활을 하던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는 6년 전 아파트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키워냈다. 자신의 신혼집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게 계기가 됐다.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남궁진아 워시스왓 대표는 남편과 공동 창업한 사례다.

여행·레저 스타트업 중엔 최근 인터파크와 합병한 트리플의 김연정 대표가 눈에 띈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 20년간 기획자로 일했던 인물이다. 2003년부터 7년간 네이버에 재직하며 네이버 카페와 메일 PM을 맡았다. 2016년 전 네이버 대표였던 최휘영 대표와 함께 초개인화 여행 서비스인 트리플을 창업했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2016년 한국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라는 큰 틀에서 창업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대만 사람들의 특별한 소비·여행 패턴을 읽고 크리에이트립을 설립했다. 현재 6개 언어로 서비스 중인데, 이 가운데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의 인기가 뜨겁다.

푸드테크에선 대체육·비건 키워드가 대세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지구인컴퍼니가 꼽힌다. 민금채 대표가 이끄는 지구인컴퍼니는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로 대체육의 대중화를 견인하고 있다. 비건 치즈를 선보이며 예비 유니콘에 등극한 아머드프레시, 국내 최초 식물성 참치를 만든 알티스트 등도 여성 대표가 이끄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고은이/최다은/허란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