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투자 허용범위 확대 조치를 단행했지만 정작 국내 증시가 하락할 때 지수를 방어하는 기능은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승기에 ‘덜 파는’ 만큼 하락기에 ‘덜 사도록’ 변경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9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한도를 목표 비중(16.8%)의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SAA 허용범위는 전체 자산의 14.8~18.8%에서 13.8~19.8%로 확대됐다.보유 비중을 맞추기 위한 기계적 매도를 일단 막은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SAA 허용범위 하한이 14.8%에서 13.8%로 낮아지면서 증시 하락기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은 떨어질 전망이다. 향후 대내외 이슈로 국내 증시가 폭락할 경우 종전까진 14.8%를 기준으로 기계적 매수에 나섰다면, 이제 그 기준선이 13.8%로 내려간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수가 폭락할 때마다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 ‘증시 도우미’ 역할을 해왔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약 5조166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기금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까지 줄이는 중인 데다 이번에 하한선이 내려가면서 이전처럼 국민연금이 버팀목 역할을 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전술적 자산배분(TAA) 한도를 줄인 것도 ‘조삼모사’식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