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장사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나서고 있다.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기업을 나눈 뒤 오너 일가가 가진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 신주로 바꿔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조만간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막차 타자"…앞다퉈 지주사 전환
오염물질 저감장치와 2차전지 소재 제조업체인 에코프로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회사 에코프로와 사업회사 에코프로인사이트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5월 1일 0.83(에코프로) 대 0.17(에코프로인사이트)의 비율로 회사를 쪼갤 예정이다. 분할이 끝나면 이동채 대표(12.72%)와 특수관계인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인사이트 지분을 18.02%씩 보유한다.

투자은행(IB)업계는 인적분할 이후 에코프로가 에코프로인사이트 주식을 공개매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에코프로인사이트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대가로 에코프로는 신주를 발행해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이 대표는 에코프로 지분율을 높여 그룹 지배력을 키울 전망이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 소재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1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림산업도 내년 1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를 쪼갠다. 먼저 투자회사인 디엘과 건설회사인 디엘이엔씨를 인적분할한 뒤 디엘이 화학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디엘케미칼을 세우기로 했다. 그 이후 디엘이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리게 되면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대림코퍼레이션-디엘’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에 앞서 대덕전자, 이지바이오, 태영건설, 솔브레인 등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기업들이 서둘러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세제 혜택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주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특례를 2022년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약 1년2개월 뒤부터는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지주회사로 변신하려는 기업의 주주는 차익에 대한 세금을 4년 거치 후 3년간 분할 납부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막대한 세금 부담 때문에 주식 상속이나 증여보다는 그나마 비용이 적게 드는 지주회사 전환을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승계 방식으로 선택해 왔다. 물려받는 주식이 3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인 50%의 상속세율이 매겨진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여기에 20%를 할증한다. 이 때문에 CJ 아모레퍼시픽 등 일부 대기업은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신형우선주를 발행하는 새로운 승계 방법을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오너 일가의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기업들은 이마저도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계열사 지분 의무 보유 한도 등 각종 규제가 따라붙음에도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꺼내드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 세제 혜택을 누리기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 남은 만큼 내년에는 ‘막차’를 타려는 기업들이 서둘러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며 “특히 승계가 과제인 중견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