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업체 에이치에너지
투자자 모아 공장에 태양광 사업
年8% 수익 목표…내년 매출 두배
8일 경기 안성시의 반도체 소부장업체 케이씨파츠텍 공장.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다. 케이씨파츠텍 관계자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기의 약 20~30%를 태양광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이런 태양광 패널로 한 달 전기료를 수백만원씩 절감한다”고 말했다.
에너지플랫폼업체 에이치에너지가 만든 태양광 발전·투자 플랫폼이 전국 각지의 공단에 확산하고 있다. 기업은 건물 지붕 등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로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싸게 구입한다. 에이치에너지는 스마트폰 앱으로 개인 투자자를 모아 기업에 태양광 패널과 인버터 등 설비를 설치해 준다. 투자자는 전기를 공장에 팔아 회수한 자금으로 배당을 받는다. 목표 수익률은 최소 연간 8%.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는 “현재 우리 사업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만 2만2000여명에 달한다”며 “이들 투자금은 총 4000억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
에이치에너지가 이런 사업 모델을 구상한 것은 국내에서 태양광 사업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부지 구입 과정의 민원 등도 문제지만 전력 판매를 위한 송배전망 구축이 난관이 되고 있다. 전국 각지의 공장과 창고 등에 방치된 지붕을 태양광 사업으로 활용하면 이런 송·배전 설비가 불필요하다.
에이치에너지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이런 작은 사업장들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모았다. 자금 조달 구조도 혁신했다. ‘모햇’이라는 투자 플랫폼을 구축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는 전기를 팔고 남은 수익을 배당 등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케이씨파츠텍을 예로 들어보자. 에이치에너지는 모햇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 후 햇살그린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협동조합이 전기를 생산하면 케이씨파츠텍이 구매한다. 에이치에너지는 투자자 모집과 이익 분배, 태양광 설치와 운영 등 업무를 담당한다. 함 대표는 “에너지 발전 설비의 소유와 분배 구조를 혁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
공장 지붕 한곳의 태양광 발전 설비는 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발전소가 모여 규모를 키우면 경쟁력이 커진다. 설계와 인허가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모듈과 인버터 등 설비도 표준화한다. 지역별 다단계 하청 구조, 자금 조달 과정의 비효율 등도 최소화했다. 발전소 운영을 통합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시너지가 생긴다.
8년 전 창업 당시만 해도 의구심이 많았던 이런 사업 모델이 최근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운영·관리 발전소는 전국 각지에 7000여곳. 총 발전용량은 1.3GW로, 원전 1기의 발전량을 넘어섰다. 실적도 뜀박질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160억원으로 작년(956억원)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이치에너지는 내년과 내후년 매출은 각각 두배 안팎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200억원), KDB산업은행(100억원) 등 주요 기관투자가도 이런 성장 모델에 베팅했다. 복수의 대기업도 에이치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 대표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원하는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필요한 전기를 전국의 발전소에서 ‘레고 블록’처럼 구매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