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사용자성은 인정 해놓고
임금·성과급 등은 판단 보류
"노사 법적 분쟁 확대 불가피"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의 ‘전선’이 하청 노조와 교섭 테이블에 원청 기업이 마주 앉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사용자성에서 임금과 성과급까지 교섭 대상인지를 따지는 ‘교섭 의제’로 확대되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해 하청 노조와의 교섭 의무를 부과한 노동위원회가 가장 민감한 주제인 임금과 성과급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금속노조 웰리브지회는 지난 5일 제5차 단체교섭을 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올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을 급식과 통근버스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인 웰리브의 사용자로 판단했다. 한화오션이 웰리브 근로자의 산업 안전과 작업 환경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중앙노동위는 산업 안전 관련 6개 의제에 대해서만 한화오션을 사용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웰리브 노조는 막상 테이블에 앉자 상여금과 성과급, 복지·고용 안정 등을 포함한 36개 사항을 교섭하자고 요구했다.
경상남도·창원시와 소속 컨벤션센터 하청 근로자 사이에서도 교섭 대상을 ‘중앙노동위가 인정한 범위’로 한정한 창원시와 임금과 복지까지 교섭 의제에 포함하려는 하청 노조가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위의 모호한 사용자성 판단 방식이 불러온 예고된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그 범위(의제)에 한해’ 사용자로 인정한다.
노동위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산업 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원·하청 교섭을 열어주는 추세다. 하지만 사용자가 임금과 성과급까지 교섭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8월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구내식당과 보안·시설·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 직원의 사용자로 인정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했을 때 중앙노동위는 산업 안전 분야에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임금 등 다른 근로조건도 교섭 대상으로 인정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에는 “노조가 제시한 모든 교섭 의제의 사용자성을 판단할 필요는 없다”며 판단 자체를 거부했다. 명확하게 ‘교섭 대상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하청 노조가 교섭 범위를 임금과 성과급 등으로 확대할 암묵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결국 교섭 의제 역시 사용자성 판단과 마찬가지로 노동위가 아니라 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위가 노사에 교섭 테이블에 앉을 의무를 부여해놓고, 정작 의제는 양측의 샅바싸움에 맡기면 법적 분쟁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