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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6시간 잤더니"…밤샌 것과 똑같이 업무능력 뚝 [한명현의 오피스로그]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에 수면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신경과학자 엘스 판데르헬름은 “직장에서 수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금기시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미국 관리자와 임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고위 관리자 절반은 최근 한 달 동안 최소 네 차례 피로한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면 부족이 당사자가 인식하는 것보다 업무 능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판데르헬름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2주 동안 매일 밤 6시간씩 잔 사람들은 밤을 꼬박 새운 사람들만큼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피로를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상태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고력과 판단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알프레도 로드리게스 무뇨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심리학 교수도 수면 부족의 위험성으로 업무 능력 저하를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자신은 의사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느끼더라도 실제로는 주의력과 판단력, 감정 조절 능력이 이미 떨어졌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리자의 수면 부족은 부하 직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판데르헬름에 따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관리자는 다음 날 직원들을 조롱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깎아내리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직원에게 일부러 말을 걸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도 나타났다.
평소 직원들과 관계가 좋던 관리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행동이 나타난 다음 날에는 팀원들의 업무 몰입도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하룻밤만 충분히 자도 이 같은 부정적인 행동 양상은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수면 시간은 하루 7~9시간이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량과 상시 연락에 응해야 하는 근무 환경 때문에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로드리게스 무뇨스 교수는 “많은 사람이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잠잘 시간이 부족한 것”이라며 “좋은 리더십은 베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낮에는 충분한 햇빛을 쬐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