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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러 가상 성당 간다 메타버스의 뜻밖의 귀환 [허진의 테크토닉]
리듬감 있게 읽히는 쉬운 테크⑲
엔데믹과 함께 스러졌던 메타버스
'하루에 수십개' 제2전성기 맞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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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수십개' 제2전성기 맞은 이유
8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사찰 ‘산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가상 공간에 사찰을 옮겨 놓은 서비스입니다. 이용자는 이곳에서 절을 하고 염주를 굴립니다. 반야심경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기도 합니다. 운영자는 이곳을 “염주를 굴리고, 절하고, 잠깐 쉬어가는 공간”이라고 소개합니다. 사찰이 주는 평안함에 재미가 더해졌고 웹사이트 주소만 있으면 쓸 수 있는 간편함까지 갖췄습니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뒤 이달 1일 기준 누적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절만이 아닙니다. 성당과 교회 서비스도 인기입니다. 가상 성당 ‘인피스(In peace)’ 이용자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같은 세계적 명소를 골라 미사를 드립니다. 효율이나 재미를 앞세운 일반적인 정보기술(IT) 서비스와는 결이 다릅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위안을 얻고 타인과 은은하게 이어지는 쉼터 역할을 한다는 점이 메타버스가 다시 사랑받는 배경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고 메타버스가 대면 활동을 대신할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자 관련 산업은 쪼그라들었습니다. 선봉에 섰던 메타는 사업 구조를 AI 중심으로 개편했습니다. 게임사 컴투스는 메타버스 사업용 자회사이자 동명의 플랫폼인 컴투버스를 사실상 2023년 접었습니다.
부활의 열쇠는 AI입니다.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드나드는 3차원 서비스를 만들려면 그래픽 렌더링과 서버 분산 같은 어려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고도화한 AI 코딩 프로그램은 단 몇 줄의 명령어로 이를 해냅니다.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만들고 싶은 장면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짜 줍니다. 산사도 영문학을 전공한 비개발자 박지원 씨가 30분 만에 초기 버전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비용이 줄자 메타버스는 일상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설치 없이 쓸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모아 놓은 ‘메타모아’에는 이날 기준 630개가 넘는 서비스가 올라와 있습니다. 하루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합니다.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타모아 서비스에만 하루 수십 개의 서비스가 새롭게 올라온다”며 “AI 코딩 기술 덕분에 기술로 이어지지 못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좋은 서비스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메타버스는 일하고 배우는 곳에서 숨 돌리는 곳으로 쓰임새를 바꿨습니다. 거창한 미래 대신 작은 쉼터로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