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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두 개 빠진 거 아냐?…'4조 잭팟' AI 신화의 몰락 [허진의 테크토닉]
리듬감 있게 읽히는 쉬운 테크⑬
경고장 보냈던 디즈니가 첫 입찰자
파산한 '캐릭터.AI'의 마지막 흥정
인재 빼가 구글에 소송 이슈까지
‘AI 캐릭터채팅’ 앱 원조의 몰락
경고장 보냈던 디즈니가 첫 입찰자
파산한 '캐릭터.AI'의 마지막 흥정
인재 빼가 구글에 소송 이슈까지
‘AI 캐릭터채팅’ 앱 원조의 몰락
구글은 2024년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려고 이 회사에 27억달러(약 4조원)를 썼습니다. 2년이 흐른 지난 12일(현지시간) 이 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디즈니는 회사가 가진 지식재산권(IP) 일부의 사용권을 사겠다며 낸 금액은 2000만달러(약 300억원). 135배 쪼그라든 금액입니다.
구글이 가져간 것은 앱이 아니라 창업자 두 명과 연구진 30명 안팎, 그리고 기술 사용권이었습니다. 디즈니가 사려는 것은 회사 전체가 아니라 지식재산(IP) 사용권입니다. 대상이 같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몸값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였던 AI 스타트업이 창업 5년 만에 파산 신청을 냈다는 사실은 그간 잘 나가는 줄만 알았던 AI 채팅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번 파산 신청의 목적은 회생보다 매각입니다. 콜린 애덤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법원 감독 아래 회사를 파는 방식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극대화할 최선의 기회”라고 이사회가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매각은 11월 말이나 12월 초까지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팔리지 않으면 서비스는 종료될 수 있습니다.
구글의 27억달러가 바꾼 운명
캐릭터.AI는 2021년 구글 AI 연구진 출신 노암 샤지어와 다니엘 데 프레이타스가 세웠습니다. 소설 속 인물이나 유명인을 본뜬 AI와 1 대 1로 수다를 떨고 역할극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챗GPT가 질문에 답해 주는 비서라면 캐릭터.AI는 말동무에 가깝습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컸습니다. 2023년 3월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약 10억달러를 인정받았습니다.전환점은 2024년 8월이었습니다. 구글이 두 창업자와 연구진 30명 안팎을 다시 딥마인드로 데려간 것입니다. 알파벳 연차보고서(10-K) 주석에 따르면 구글은 현금 27억달러를 내고 기존 전환증권을 소각했으며 비독점 라이선스를 얻고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회사 전체를 사는 대신 인재와 기술 사용권만 가져가는 이런 방식을 업계에서는 ‘역(逆)인수합병’이라 부릅니다.
핵심 인재가 떠나며 회사에는 사실상 앱 운영 조직만 남았습니다.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는 사실상 물러났습니다. 설상가상 소송과 규제 이슈가 회사를 덮칩니다. 가장 큰 파장을 낳은 것은 플로리다의 14세 소년의 어머니가 낸 소송입니다. 미국에서 AI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첫 부당사망 소송으로 꼽힙니다. 어머니 측은 아들이 챗봇과 정서적·성적 관계를 맺은 뒤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릭터.AI와 구글은 올해 1월 이 소송을 비롯해 5건을 합의로 정리했습니다.
챗GPT와 제미나이 같은 대형 서비스와의 경쟁도 부담이었습니다. 회사는 파산 서류에서 자산과 부채를 모두 5000만~1억달러(약 740억~1500억원) 구간으로 신고했습니다.
적에서 첫 입찰자로 돌아온 디즈니
디즈니의 개인정보 처리 약관이 알려지며 일각에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용자 데이터 공개 때문입니다. 회사의 약관에는 대화 기록과 음성 녹음, 이미지, 영상이 회사 매각 과정에서 공개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앱과 웹사이트에서 계정 삭제와 데이터 내보내기도 가능합니다.
이에 회사는 “데이터가 방침에 따라 계속 보호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직 끝난 이야기는 아닙니다. 디즈니의 2000만달러는 하한선일 뿐이며 최종 인수자와 가격은 11월 말~12월 초에야 정해집니다. 남은 주 정부 소송이 파산 절차에서 어떻게 다뤄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