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며 최근 내놓은 구상은 거의 2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평화협상 과정에서 나온 최악의 아이디어일 수 있다. 유럽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를 재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드론과 사이버공격으로 유럽을 괴롭히는 적대적인 독재자의 연료로 미국산 에너지를 대체하라고 우방국에 권하는 것만큼 ‘미국 우선주의’를 잘 보여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 협상단은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다시 구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논리는 늘 그렇듯, 푸틴이 문명세계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막대한 상업적 이익을 이해한다면 총과 탄도미사일을 내려놓으리라는 것이다.

당근을 하나만 더 주면 마침내 이 러시아 지도자가 생각을 바꾸리라는 기대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제재 적용을 면제해주고, 러시아산 경유를 구매하고, 화려한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방법까지 시도했다. 그런데도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벨라루스처럼 사실상 크렘린궁의 위성국으로 만들겠다는 당초의 극단적인 요구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번 가스 구상이 더욱 나쁜 이유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은 수년 동안 유럽 우방국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라고 촉구해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충격은 마침내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설득했다. 유럽은 2027년 중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핵심적인 대체 공급원 가운데 하나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였다. 미국의 대유럽 LNG 수출량은 2024년 하루 약 60억입방피트에서 2025년 103억입방피트로 증가했다. 미국 기업들은 더욱 안정적인 공급을 제공하기 위해 LNG 수출 터미널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했다. 유럽 국가 및 에너지 공급업체들과 장기계약도 체결했다. 트럼프의 개입은 이 계약들을 위태롭게 하고, 미국 기업들이 LNG 사업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유럽 역시 평생의 야망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파괴하는 데 있는 러시아의 폭군에게서 가스를 다시 사야 한다는 말에 경악할 것이다. 유럽 대륙이 러시아산 가스에 인질로 잡혀 있다면, 미국이 유럽에 국방비를 늘리라고 요구해봤자 소용없다. 새로운 현실주의에 힘입은 더 강력한 나토 동맹도,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의 문명을 지킬 역량이 더 커진 유럽도 기대하기 어렵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역설은, 이것이 본질적으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버락 오바마의 ‘러시아 곰 달래기’ 전략으로 돌아가는 일이라는 점이다. 메르켈은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트럼프가 이 사업을 비판한 것은 옳았다. 크렘린궁 안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것이다. ‘도널드 버락 메르켈’이라니.

푸틴을 달래려는 트럼프의 집념은 불완전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우크라이나 평화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세계질서를 재편하고 러시아와 협조관계를 구축하려는 행정부의 욕망으로 점점 더 비치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장의 현실은 러시아가 매달 수만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주도권을 잃고, 일부 영토마저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행정부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에서 유혈참극을 계속할 수 있도록 생명줄을 던져주고 있다. 트럼프는 2년 동안 푸틴을 달래려 애썼지만, 취임 당일과 비교해 전쟁 종식에 더 가까워진 것 같지는 않다.

**이 사설은 2026년 11월 3일자 WSJ 지면에 'Trump’s Merkel Strategy on Russia'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정리=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