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를 통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최근 3년간 내진철근을 21억원어치 따낸 경남 김해의 한 약국.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나라장터를 통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최근 3년간 내진철근을 21억원어치 따낸 경남 김해의 한 약국.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약국이 내진철근, 미용실이 산불 진화장비를 정부의 공공조달 시장에서 낙찰받은 사례를 인공지능(AI)이 찾아냈다. 직원도 없는 업체가 최근 3년간 1조원이 넘는 공공조달 계약을 따내면서 입찰 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4일 조달청 나라장터의 업체 등록정보를 AI 에이전트로 분석한 결과, 직원이 0~1명이고 아파트·빌라 등 주거지로 등록된 업체 7063곳이 최근 3년간 2만1498건, 총 1조3862억원어치를 낙찰받았다.

실제로 경남 김해의 직원이 없는 한 약국은 내진철근 9억9500만원어치를 비롯해 굴착기, 해군 신호발생기 등 총 20억6000만원어치를 낙찰받았으며 대구의 한 미용실은 산불 진화장비 2억8000만원어치를 나라장터를 통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사업을 따냈다.

전북 익산의 장례업체 두 곳은 대학의 실험장비와 강판 등 총 41억7000만원어치를 낙찰받았다.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설비와 탑승교 중앙관제서버 등 79억3000만원어치도 주거지에 주소를 둔 업체들이 낙찰받았다. 일부 업체는 수천 개 품목을 등록해 여러 입찰에 참여한 뒤 낙찰받은 물품의 납품 권리를 다른 업체에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국·장례업·여행사 등 생활업종만 등록한 업체 109곳이 업종과 무관한 물품을 낙찰받은 사례도 252건, 226억원에 달했다. 황정아 의원은 “AI를 활용하면 업체의 부적합 입찰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만큼, 부적절 사례를 검토하고 제한하는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며 “입찰보증금 확대는 물론, 납품 권리만 파는 중개소 방식의 입찰을 제한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