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교수(단국대 경영대학원장, 한국마케팅학회장)
정연승 교수(단국대 경영대학원장, 한국마케팅학회장)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둘러싼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장이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의 배달앱 시장 규모가 일본의 다섯 배에 달하고 영국과 독일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과 배달앱에 특화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시장 규모는 정책을 검토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시장 규모가 인구 밀도와 주거 형태 등 구조적 요인을 다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기존 법률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새로운 규제가 실질적으로 어떤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는 시장의 규모뿐 아니라 경쟁의 실질적인 작동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사업자의 시장 지위가 높다는 사실 자체와 그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제한하거나 거래 상대방에게 불공정한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 규제의 초점은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사업자를 일률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쟁과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식별하고 바로잡는 데 맞춰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법률을 도입하기에 앞서 기존 경쟁법과 관련 규정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법률을 새로 만드는 것이 언제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기존 제도의 집행을 강화하거나, 구체적인 문제에 한정해 규정을 보완하는 방식이 더 신속하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수가 아니라 실제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플랫폼 규제는 입점업체가 겪는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의 범위와 방식에 따라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수수료와 서비스 제공 방식, 투자 및 서비스 혁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규제의 효과는 사업자뿐 아니라 소상공인, 배달 종사자, 소비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소상공인은 합리적인 수수료와 공정한 거래 조건을 원하고, 배달 종사자는 안정적인 수입과 근무 여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한 서비스, 충분한 선택지를 기대한다. 어느 한쪽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책의 효과를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시행할 경우 자칫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종사하는 시장 자체를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 도입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영향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규제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소상공인·배달 종사자·소비자·플랫폼 사업자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 또한 중개수수료율 하나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입점업체의 주문당 총비용과 순수익, 소비자의 최종 결제금액, 신규사업자의 진입여부 등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제도 시행 이후 실제로 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경쟁이 촉진됐는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규제 환경은 국내외 기업이 장기적인 투자와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규제의 기준과 집행 방식이 명확할수록 기업은 준수해야 할 의무를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정책이 충분한 검토 없이 급격히 바뀌면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대한 판단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기 위한 주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장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에 관한 문제다.

플랫폼 정책의 목표는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으면서도 경쟁과 혁신, 소비자 선택을 함께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규모 자체보다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기존 제도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선택한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균형 잡힌 접근이야말로 공정한 시장 환경과 지속 가능한 플랫폼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다.

글 정연승 교수 /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한국마케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