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뱅서 가상자산 탈취 사고
빗썸 6444명 고객정보 유출
"개인정보 넘어 자산까지 표적"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고객 자산이 실제로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확인된 해킹 사고가 주로 사내 시스템 침입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온라인에 연결된 가상자산 지갑에서 코인이 빠져나갔다. 해킹으로 고객 자산까지 탈취당하는 사고까지 벌어지면서 가상자산거래소 보안 체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인까지 털어간 해커
가상자산거래소 프라뱅은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외부 비인가자가 고객 자산을 탈취한 사실을 공지했다. 지난 24일 거래소의 핫월렛(온라인 상태 지갑)에서 약 1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외부로 출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프라뱅은 원화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거래하는 거래소다. 이달 초에도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고객 자산까지 탈취당했다. 프라뱅 관계자는 “피해 자산을 정확히 파악해 회사가 전액 보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핫월렛은 가상자산 입출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인터넷과 연결된 환경에서 운용하는 지갑이다. 외부 네트워크와 분리된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에 비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지갑 관리 시스템의 접근 권한이나 거래 승인 절차가 침해되면 공격자가 가상자산을 외부 지갑 주소로 빼돌릴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고에서 해커가 어떤 경로로 침입해 자산을 탈취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형 거래소에서도 보안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은 지난 27일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 시스템에 외부 비인가자가 접근해 총 6444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 중 5600명의 정보는 암호화돼 있었지만, 나머지 844명은 이름·휴대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신분증 사본 등 암호화되지 않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임직원 715명의 정보도 함께 빠져나갔다.
그룹웨어는 임직원이 업무 자료를 공유하고 전자결재 등을 처리하는 내부 업무 시스템이다. 고객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지갑 시스템과는 구별되지만, 내부 계정이나 업무 정보가 유출될 경우 추가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전방위로 확산하는 해킹 위협
올해 보고된 금융권 해킹 사고는 과거 수년간 금감원에 접수된 사고 건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은행·증권·보험·카드·저축은행 등의 해킹 사고는 동일 회사의 중복 사례를 포함해 19건이다. 지난해 발생한 사고는 7건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최초 침입을 차단하는 것만큼 공격자가 내부 시스템에 남겨둔 흔적을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커가 한 차례 침입에 성공한 뒤 악성코드나 탈취한 계정 권한을 이용해 추가 공격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악성코드나 권한 훼손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자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