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에서 연 ‘로봇 공공보급 관련 지상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윤종 KIAT 원장, 박태현 산업통상부 산업인공지능정책관, 조영훈 KIRIA 원장, 유창재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김범준 기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에서 연 ‘로봇 공공보급 관련 지상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윤종 KIAT 원장, 박태현 산업통상부 산업인공지능정책관, 조영훈 KIRIA 원장, 유창재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 /김범준 기자
중국이 전기차, 드론에 이어 세계 로봇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100대 중 87대가 중국산이었다. 중국 ‘로봇 굴기’의 배경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첫 번째 구매자로 나서 초기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에서 연 ‘로봇 공공보급 관련 지상좌담회’에서는 이 같은 중국의 시장 잠식을 막고 K로봇산업을 육성할 전략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정부도 중국처럼 초기 수요를 열어 양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쌓아 제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완벽한 로봇 기다리면 늦는다”

"中로봇 독주 뒤엔 정부 있었다…韓도 공공조달로 판 키워야"
조영훈 KIRIA 원장은 “정부가 초기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원가를 낮추는 중국의 전기차·드론 승리 공식이 곧 인공지능(AI) 로봇,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재현될 조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 전력회사인 국가전력망이 지난 4월 1년간 68억위안(약 1조4000억원)을 들여 자국산 AI 로봇 8500대를 구매하기로 한 사례를 소개했다.

조 원장은 “AI 로봇시장은 기술을 넘어 누가 먼저 생산 체계를 갖추는지의 싸움으로 넘어갔다”며 “국산 AI 로봇이 완벽한 성능을 갖출 때까지 기다리면 시장은 경쟁국이 다 차지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한국 정부도 내년 약 3400억원을 들여 국산 AI 로봇 1700대를 도입하는 ‘마중물 전략’을 마련했다. 조 원장은 “로봇이 쌓는 데이터로 다시 성능을 높이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디지털카메라, 게임기보다 성능이 떨어지던 스마트폰이 ‘올인원’ 전략으로 다른 제품을 흡수한 것처럼 곧 로봇시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프트웨어만 바꿔 공장은 물론 가사에도 투입되는 ‘범용 휴머노이드’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공공 로봇 보급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나눠 주기식 예산 투입보다는 로봇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스크린쿼터처럼 마중물 될까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스크린쿼터제가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듯 로봇도 공공 보급으로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다만 “현장의 로봇 사용 의지와 전문인력, 수리 기반이 없으면 공공 보급은 필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취사장에 조리로봇을 보급했다가 취사병들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한 사례를 들었다. 조 교수는 “로봇을 사는 것만큼 전문인력 양성과 사후관리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한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국내 공급망을 우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부품의 3분의 2 이상을 국산으로 쓴 로봇에만 공공구매, 보조금 혜택을 주는 ‘국산 휴머노이드 인증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봇 표준화도 중요한 과제다. 전윤종 KIAT 원장은 “로봇 모터, 센서, 소프트웨어의 공급망 기여도를 평가해 공공 도입 시 반영하고, 로봇 국제표준을 이끌어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