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EPA(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달 초 열린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 불참한 이유를 두고 총리와 각료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8일 도쿄신문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달 2일 열린 G7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제회의용 대형 디스플레이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27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다른 설명을 내놨다. 모테기 외무상은 당시 회의가 유럽의 디젤 연료 가격 급등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총리에게 배정된 발언 기회가 몇 분 분량의 1차례에 불과했다며 회의 개최 자체가 시작 직전에야 확정됐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설명이 다르자 입헌민주당은 "모순된다. 어느 쪽이 사실이냐"고 재차 따졌다. 이에 모테기 외무상은 총리가 언급한 디스플레이 문제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나카니시 유스케 관방부(副)장관이 "외교는 외무성 소관"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은 책임 소재 공방으로 번졌다. 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의원은 "무책임하다"며 "다카이치 정권 외교의 컨트롤타워는 어디냐"고 추궁했다.

당시 회의에는 다카이치 총리 대신 외무성의 엔도 가즈야 외무심의관이 참석했다. G7 화상 정상회의는 2020년 3월 첫 회의 이후 이번까지 17차례 열렸고, 일본 총리가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권이 공세를 높이는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회의 직전 자민당의 막후 실력자로 꼽히는 아소 다로 부총재 등과 회식한 사실이 드러난 점이 있다.

쓰지모토 의원은 사실상 회의 직전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는 이른바 '도타캔'(막판 취소)이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언론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교도통신은 논평에서 "총리의 자질에 강한 의문이 든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신은 총리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일본은 다른 회원국과 달리 화상회의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나라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프랑스는 2주 전에 회의 개최 방침을 공표했다는 점을 들며, 국가를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라는 자각이 있다면 변명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또 다카이치 총리가 회의 시간에 관저에서 사흘 뒤로 예정된 소신표명 연설문을 작성하고 있었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3일 후 연설보다 G7 회의가 우선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학교 결석 이유를 묻자 아이가 '집에서 숙제하고 있었다'고 핑계 댄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