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가 건축·주택·정비사업의 각종 심의를 한 번에 처리하는 통합심의를 확대한다. 지난 달 1일 제6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주택시장 정상화 추진계획의 단기대책 중 하나로, 통합심의위원회 운영기준을 마련해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

대구시의 미분양은 2026년 8월 말 기준 4162호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입주물량은 2026년 1만752호에서 2027년 2846호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인허가를 받는 사업이 2~3년 뒤의 입주물량으로 이어지는 만큼 인허가 단계에서 지체되는 시간이 곧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대구시의 판단이다.

대구시는 승인 보류 해제, 통합심의 확대, 공동주택 일조 심의기준 개선을 단기대책으로 묶어 순차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통합심의 확대를 11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개별 위원회를 따로 거치던 심의, 한자리에서 한 번에
그동안 주택건설사업은 건축·경관·교통 등 분야별 위원회 심의를 따로 거치는 경우 위원회별 심의에 짧게는 20일, 길게는 90일 이상이 소요됐고 분야별 의견이 서로 달라 이를 반영하느라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는 관계 위원회가 한자리에 모여 한 번에 심의하고, 분야 간 의견도 그 자리에서 조율한다. 사업자의 설계 보완과 재심의 부담이 줄고, 인허가 일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올해 2월 개정된 주택법이 8월 4일 시행되면서 주택건설사업의 통합심의 대상은 기존 5개 분야에서 교육·소방·재해를 더한 8개 분야로 확대됐다. 이로써 대구시는 일반건축물(3개 분야)과 주택건설사업(8개 분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9개 분야) 전 분야에 통합심의를 적용하고, 신청부터 심의까지 하나의 운영기준으로 체계화해 사업자가 심의 과정 전반을 미리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정비사업, 정비계획 변경부터 사업시행계획까지 ‘한 번에’
정비사업은 절차를 한 단계 더 줄인다. 그동안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준비하면서 정비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계획 변경을 고시한 뒤에야 사업시행계획 통합심의를 받을 수 있었다.

대구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0조의3의 특례 조항을 적극 적용해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사업시행계획 통합심의와 함께 한 번에 진행할 계획이다. 정비계획 변경(안)과 사업시행계획(안)이 한자리에서 함께 심의되면서, 정비계획 변경 고시까지 수개월씩 기다리던 시간이 사라진다. 사업 기간이 줄어든 만큼 조합원이 부담하는 금융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심의 단계에서만 절차를 합치던 방식을 넘어, 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시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대구형 계획-심의 연계 체계를 마련한다. 정비계획 입안 전에 시가 정비구역 경계 설정과 기반시설 설치의 적정성 등을 미리 검토해 정비계획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계획 수립부터 심의까지 연계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빠른 심의에 인센티브까지… 지역업체 참여 물꼬
통합심의는 지역 건설업체의 정비사업 참여를 넓히는 계기로도 활용된다. 대구시는 정비사업의 지역업체 참여 비율에 따른 인센티브(최대 23%p)와 용적률 인센티브 지역업체 우대(최대 20%p)를 더해 전국 최대 수준인 최대 43%p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 같은 인센티브를 사전에 적극 홍보해 조합이 처음부터 지역업체와 손잡고 정비계획 변경과 통합심의에 나서도록 이끈다는 방침이다.

지역 업체 참여를 반영해 통합심의를 신청하면 용적률 인센티브와 인허가 기간 단축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역 지정 전 사전타당성 검토와 주민설명회,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 등 단계마다 ‘찾아가는 지역업체 인센티브 홍보’를 펼치고, 지역 하도급업체 참여 비율 70% 이상도 적극 권장한다. 빠른 인허가와 인센티브가 맞물리면 조합은 사업성을 높이고, 지역 업계는 일감을 확보할 수 있어 지역 건설경기 회복에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인허가가 길어지면 토지 매입에 들어간 금융비용이 쌓이고, 그 부담은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통합심의로 인허가 기간이 단축되면 사업비 부담이 줄어 분양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승인 보류 해제·일조기준 개선과 함께 단계적 추진
통합심의 확대는 주택시장 정상화 추진계획의 단기대책 세 가지 중 하나다. 대구시는 2023년 1월부터 시행해 온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보류를 해제해 정상적인 사업승인 절차로 전환하고, 정비사업과 주택건설사업에 서로 다르게 적용돼 온 공동주택 일조 심의기준을 건축위원회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 활성화와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인허가 완화가 아니라 심의의 전문성은 유지하면서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주택 공급의 속도는 인허가에서 갈린다. 인허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사업자에게도, 집이 필요한 시민에게도 그대로 비용이 된다”며 “통합심의로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걷어내고 시행 이후 실제 처리기간을 점검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속도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