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3일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6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진정훈(왼쪽), 신궈(오른쪽) 솔리다임 공동 최고경영자 임명을 축하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솔리다임 페이스북
SK하이닉스가 23일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6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진정훈(왼쪽), 신궈(오른쪽) 솔리다임 공동 최고경영자 임명을 축하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솔리다임 페이스북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 작업을 공식 중단했다. 지난 8월 5일 상장 준비 사실이 알려진 지 78일 만이다. 중복 상장 논란에 따른 주주 반발과 자본시장 여건 악화, 주가 급락 등의 영향으로 상장 계획을 접은 것이다.

본지 10월 23일자 A1면 참조

SK하이닉스는 23일 공시를 통해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솔리다임의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및 IPO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초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으로 최대 20조원을 직접 조달할 계획이었다. 미·중 갈등 우려가 큰 중국 다롄 공장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뉴욕주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사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동시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사업 투자자금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증권가는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를 최대 1000억달러로 평가했다. 공모자금 조달 규모는 100억~150억달러로 관측했다.

하지만 솔리다임이 상장하면 중복 상장으로 모회사 주주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정치권과 금융당국까지 제동을 걸자 상장 계획을 중단했다.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락세를 타 이달 들어 지난달 말 대비 30%가량 폭락했다.

SK하이닉스는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상장 계획이 틀어져 솔리다임의 뉴욕주 신규 낸드 공장 설립 등 생산능력 확대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자금줄이 막힌 SK그룹 역시 미국 내 AI컴퍼니(솔리다임 모회사)의 투자 플랫폼 구상과 재원 마련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시장에선 제3자 외부 투자자 유치, 미국 정부 보조금 활용, SK하이닉스의 증자 또는 대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42% 오른 127만70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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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를 중단한 핵심 배경으로 중복상장 논란이 꼽힌다. 상장 추진 소식이 나오자 SK하이닉스 주주들은 핵심 사업 부문의 별도 상장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추진하던 IPO 작업이 중단되자 솔리다임은 추가 재원 마련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국내에서 1100조원 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발표한 SK하이닉스 사업 계획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차원에서는 솔리다임 모회사인 미국 현지 AI컴퍼니를 주축으로 한 투자 플랫폼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주주 반발에 IPO 중단

SK하이닉스는 23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반도체 기업 주가가 전반적으로 조정받고 있다”며 “경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솔리다임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및 IPO 추진 검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미국 회사다. 주력 제품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다.

AI 열풍으로 eSSD가 최근 품귀 현상을 빚자 솔리다임은 미국 뉴욕에 낸드 신규 공장 건립을 검토했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일본 키옥시아 등 낸드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경쟁사에 맞서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 8월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진 뒤 SK하이닉스는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렸다. 솔리다임 상장으로 SK하이닉스 기업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층 지배구조에서 솔리다임이 상장하면 모회사 주가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최근 정치권뿐 아니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이 잇달아 솔리다임을 중복상장 사례로 언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증·투자자 유치 등 대안 거론

솔리다임은 투자 재원을 확보할 대안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외부 투자자 유치가 꼽힌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IPO 외에도 사모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금융회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자금을 확보할 경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난해 SK온은 상장이 무산된 뒤 전기차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솔리다임이 미국에 공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뉴욕주는 솔리다임이 뉴욕에 낸드 공장을 지으면 대규모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의 출자 또는 대여 가능성도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짠 사업 전반의 투자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 있다.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상황에서 솔리다임 재원까지 부담해야 해서다. SK하이닉스가 짓고 있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투자 규모는 600조원, 서남권에 조성될 클러스터 투자액은 400조원이다. 100조원 규모의 충북 청주 낸드 공장 증설 계획을 추가하면 국내에서 예정된 SK하이닉스의 투자액은 총 1100조원에 이른다.

SK그룹은 미국 AI 투자 전략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I컴퍼니는 그룹 차원에서 미국 등 글로벌 AI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출범한 회사다.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AI 인프라 사업자가 되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풀스택 AI’ 전략이다. 그러나 솔리다임 투자 재원 확보가 시급해지면 AI컴퍼니의 관련 투자도 영향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채연/노유정/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