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에 위치한 비건 레스토랑을 지켜온 '베제투스'. 이번 코카콜라와의 협업으로 외관을 초록색으로 바꿨다. /사진=박상경 기자
해방촌에 위치한 비건 레스토랑을 지켜온 '베제투스'. 이번 코카콜라와의 협업으로 외관을 초록색으로 바꿨다. /사진=박상경 기자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 10년 동안 비건 레스토랑을 지켜온 '베제투스' 사장님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코카-콜라가 이 비건 식당에 입힌 옷은 산뜻한 '초록색'이었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골목 어귀에 초록빛 차양과 간판이 들어선 뒤,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흥시장의 성공 방정식을 이어받아 이웃한 해방촌 골목으로 확장된 '코카-콜라 X 해방촌' 프로젝트 현장. 베제투스 사장님은 "신흥시장에서 코카-콜라와 협업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부러웠다"며 "해방촌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귀띔했다. 그 열정 덕분에 해방촌 참여 매장 18곳 중 가장 먼저 공사가 완료될 수 있었고, 지금은 손님 10명 중 8명이 자연스럽게 코카-콜라를 찾을 정도로 골목의 '명소'가 됐다.

코카-콜라가 골목 상권을 품은 법…'진짜 상생'이 만든 성과

신흥시장에 위치한 '굿니스 클럽' /사진=박상경 기자
신흥시장에 위치한 '굿니스 클럽' /사진=박상경 기자
1968년 국내 첫 생산을 시작한 이래 동네의 작은 소매점과 식당들과 함께 성장해 온 코카-콜라는 단순한 일회성 광고나 획일적인 간판 교체 방식을 거부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골목 상권의 자생력을 살리고 지역 사회와 '오래 함께 가는 상생'에 방점이 찍혔다.

그 진정성은 객관적인 성과로 입증됐다. 코카-콜라가 지난해 해방촌 신흥시장 상인들과 함께 공간 전반을 새롭게 디자인한 '코카-콜라 X 신흥시장' 프로젝트는 마케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2026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최고상인 그랜드 에피(Grand Effie)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레드리본 캠페인'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상 수상이자, 에피 어워드 역사상 한 브랜드가 그랜드 에피를 두 차례 수상한 최초의 기록이다.
비건 레스토랑 '베제투스'  내부. /사진=박상경 기자
비건 레스토랑 '베제투스' 내부. /사진=박상경 기자
상인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수치 그 이상이다. 상인회 측은 실질적인 매출 증가뿐만 아니라, 코카-콜라가 단순 브랜드 노출을 넘어 주민 주도 지역 축제('2026 HBC 해방위크' 등)를 후원하고 상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를 여는 등 골목의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을 택한 점에 깊은 호감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 자본의 유입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를 지우고, 공용시설 지원이나 지역 축제 후원처럼 상인들과 밀착 호흡하는 진정한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랜 백반집과의 협업 역시 그곳의 개성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 곳은 백반집 '다모아 식당'. /사진=박상경 기자
오랜 백반집과의 협업 역시 그곳의 개성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 곳은 백반집 '다모아 식당'. /사진=박상경 기자

신흥시장과 해방촌, 골목의 바이브를 살린 '맞춤형 브랜딩'

이번 프로젝트는 시장 자체가 아담해 코카-콜라의 감성과 이색적으로 어우러지는 신흥시장에서 출발해, 보다 방대한 규모와 다채로운 결을 지닌 이웃 해방촌 골목으로 무대를 넓혔다. 현장의 각 점포들은 사장님의 취향과 고유한 스토리를 입고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축구와 리버풀에 진심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치맥라이프'는 과거 리버풀 우승 시절의 아카이브와 월드컵 에디션, 강렬한 레드 컬러를 매칭해 축구의 열기가 가득한 공간으로 연출됐다. 모로코 출신 사장님의 '카사블랑카'는 아랍어 표기의 코카-콜라 로고와 이국적인 문양, 따뜻한 색감을 적용해 60~70년대 빈티지한 골목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축구와 리버풀의 오랜 '광팬'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치맥라이프'. 매장 내부는 리버풀 관련 굿즈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코카-콜라는 과거 리버풀 우승 당시의 아카이브 사진과 월드컵 에디션 등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축구 열기가 스며드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축구와 리버풀의 오랜 '광팬'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치맥라이프'. 매장 내부는 리버풀 관련 굿즈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코카-콜라는 과거 리버풀 우승 당시의 아카이브 사진과 월드컵 에디션 등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축구 열기가 스며드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밤이 되면 아페리티브(식전주) 문화를 선보이는 '펄치 서울'의 바 테이블에는 세련된 브랜드 요소를 가미했으며, 체리 코크 등을 내놓는 '피자오' 역시 매장 고유의 분위기에 맞춘 인테리어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프랑스 아티스트 레옹 모카와 협업해 신흥로 일대에 조성한 상설 벽화는 골목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전시로 탈바꿈시켰다.

박가현 한국코카-콜라 대외협력&커뮤니케이션부 부장은 "상인들이 매력 있게 가꿔온 이 골목에 획일적인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가게의 개성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업을 이어가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파트너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지역사회와 오래도록 호흡하는 상생의 길을 넓혀가겠다"고 전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