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입장을 밝히며 울먹이고 있다.  사진=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입장을 밝히며 울먹이고 있다. 사진=뉴스1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향후 시정 운영과 차기 대권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명태균 진술 신빙성 배척…1심 유죄 뒤집은 항소심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 10건을 의뢰하고, 그 비용 3300만원을 후원자인 김씨가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여론조사 5건에 대해 오 시장의 의뢰와 비용 대납을 인정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에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 또는 과장된 내용이 섞여 있고,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불법 행위를 후원자에게 직접 부탁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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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는 명씨와 김씨가 2021년 3월 나눈 통화 녹음파일 3개도 새롭게 제출됐다. 녹취에는 김씨가 "거기(오 시장)서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 가지고"라고 말하고, 명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답한 내용 등이 담겼다.

재판부는 해당 녹취를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2심 무죄' 기사회생에 울먹인 오세훈…대권 행보 탄력 받나 [영상]

◇ 시장직 상실 위기 넘긴 吳…시정 불확실성 완화

<  오세훈 시장 '정치자금법' 항소심 무죄 선고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제공
< 오세훈 시장 '정치자금법' 항소심 무죄 선고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제공
이번 판결로 오 시장은 시장직 상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피하게 됐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 수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현직 공직자는 직을 잃고 향후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된다. 1심 형이 확정됐다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도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6만259표 차로 누르고 서울시장 5선에 성공했다.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고전한 가운데 서울을 지켜내며 당내 입지를 다졌지만, 한 달여 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임기 초부터 시장직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주요 시정 사업의 연속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항소심 무죄로 이 같은 부담이 줄어들면서 오 시장이 남은 임기 동안 정책 추진에 집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2031년까지 주택 31만호 착공 계획과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 강북 전성시대와 서남권 대개조 등 지역균형발전 사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이견을 보여온 주택 공급 정책이나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등 주요 현안에서도 오 시장의 발언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쏟았던 정치적 역량을 시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대권 가도 '청신호'…당내 입지도 강화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전반적인 열세에도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경쟁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수도권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는 점에서 당내 중도 확장성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오 시장에게 명태균 사건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오 시장은 당내 대권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정치적 여지를 넓히게 됐다.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주장해 온 결백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다만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서울시장 5선이라는 경력을 대권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주택과 교통 등 주요 정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정에만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상고 의사를 밝힌 만큼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한다.

특검법상 상고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부터 3개월 이내에 마치도록 규정돼 있어 내년 초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오 시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이날 선고 직후 "오세훈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해 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시민 여러분들의 그런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더 열심히 일해서 보답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목이 메기도 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