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대한축구협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충남 천안 대한축구협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전 회장의 후임을 뽑기 위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보궐선거가 시작부터 잡음에 휩싸였다. 선거의 민주성을 높이겠다며 선거인단을 192명에서 2만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협회가 마련한 선거인단 구성안에는 여전히 전문축구 중심으로 치중돼 있어 '숫자만 늘린 개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23일 대한축구협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협회가 마련한 회장 선거인단 구성안은 총 2만2097명 규모다. 이 가운데 전문축구 관련 인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반면 수만명에 달하는 K5~K7리그 동호인 선수들은 각 팀 대표를 통해서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인단 확대는 K-축구혁신위원회의 권고에서 출발했다. 혁신위는 선거의 공정성과 민주성을 높이려면 선거인단을 약 2만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지성 혁신위원장도 지난 8월 11일 이 권고안을 토대로 늦어도 연내 회장 선거를 치를 것을 당부했다.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사진=뉴스1
박지성 K-축구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사진=뉴스1
하지만 권고안은 전문선수, 동호인, 지도자, 심판 등 참여 대상과 예상 인원만 제시했다. 집단별 대표성을 보장할 배분 비율은 정하지 않았다. K5~K7리그에 대해서도 '팀 대표'를 포함한다고만 적었다.

그 결과 협회가 제시한 구성안에는 전문축구 관련 인원에 투표권이 집중됐다. 서울시축구협회가 협회 구성안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2만2097명 가운데 전문축구 관련 인원은 1만3011명으로 58.9%를 차지했다. K1~K4리그·U리그·WK리그 선수와 지도자, 1~4급 심판, 프로 임원을 합친 수치다. 동호인과 5급 심판 등 생활축구 관련 인원은 7742명으로 35.0%에 그쳤다. 나머지 1344명은 시도축구협회와 전국연맹 임원 등이다.

선수에게 적용되는 기준도 리그에 따라 다르다. K1~K4리그 등록선수 1909명은 전원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반면 K5~K7리그는 팀당 대표 1명만 반영된다. K5리그 94명, K6리그 176명, K7리그 1058명 등 1328명이다.

지난해 K5~K7리그에 참가 신청한 선수는 4만2938명이다. 이들은 리그 등록선수라는 자격만으로는 투표권을 받지 못한다. 생활체육대회 참가자 등 다른 자격으로 선거인단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전원이 포함되는 전문선수와는 참여 방식이 다르다.

결국 선거인단 규모는 100배 이상 확대하면서도 전문축구 관련 인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동호인 선수들의 참여는 제한되는 구조다. 다양한 축구계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던 취지와 달리 기존 전문축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협회는 K5~K7리그 팀 대표 등록 절차에 들어갔다. 협회 선거운영지원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2일 K5~K7리그 참가팀에 오는 28일까지 협회 등록시스템(JoinKFA)에 팀 대표 정보를 등록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협회는 회원정보 최신화 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다음 주 대의원들에게 선거제도 개편안을 설명한다. 지난 20일 작성된 간담회 계획안에 따르면 27~28일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시도축구협회장과 전국연맹회장 등 대의원 20명과 간담회를 연다. 29일에는 프로축구연맹 총재와 K리그1 구단 대표 등 대의원 13명과 별도로 만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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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의원은 "K5~K7리그도 엄연히 대한민국 축구 리그 체계의 일원인데, K1~K4리그 선수에게는 전원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K5~K7리그 선수에게는 팀당 1명만 허용하는 것은 소속 리그에 따라 선거 참여 기회를 현저히 달리하는 불합리한 기준"이라며 "같은 축구협회 등록선수임에도 누구는 선수 자격만으로 투표권을 갖고, 누구는 팀 대표로 선출돼야만 참여할 수 있다면 그 차이를 정당화할 합리적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만명이 넘는 생활축구 선수들의 실질적인 참여는 제한한 채 선거인단 규모만 100배 이상 늘리는 것은 대표성의 불균형을 외형적인 숫자로 가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대한축구협회는 형식적인 선거인단 확대를 개혁의 성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전문축구와 생활축구 사이에 서로 다른 선거권 부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