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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2조 물어줬는데…메타에 뿔난 작가 300명 '소송 폭탄'
앤트로픽 이어 메타도…美 작가 300명, AI 저작권 침해 소송
○메타, 무단 수집 도서로 '뮤즈' 학습 의혹
22일 블룸버그와 미국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에 따르면 작가 약 300명은 지난 19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메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는 영국 추리소설 작가 재클린 윈스피어, 회고록 작가 레이나 그란데, 소설가 마크 스프래그 등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메타가 불법 전자책 공유 사이트인 리브젠(LibGen), Z라이브러리, 애나스 아카이브 등에서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책을 내려받아 AI 모델 학습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메타가 지난해 중반부터 '프로젝트 벨럼(Project Vellum)'이라는 사업을 통해 종이책을 대량 구매해 스캔한 뒤 AI 모델 '뮤즈 스파크'와 '뮤즈 글리머'를 훈련하는 데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책을 구매했다고 해서 이를 복제해 AI 학습에 사용할 권리까지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게 작가들의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앞서 AI 기업 앤트로픽을 상대로도 작가들의 대규모 저작권 집단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2024년 작가들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작가들은 앤트로픽이 수백만 권의 해적판 도서를 무단으로 확보해 AI 개발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AI 저작권, 美 법원 판단은
지금까지 미국 법원은 AI 학습에 저작물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AI 기업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왔다. 지난해 6월 미국 법원은 앤트로픽 사건에서 AI 학습과 해적판 도서 취득을 구분해 판단했다. 합법적으로 구매한 종이책을 스캔해 디지털 자료실에 보관하고 AI 학습에 이용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원작을 그대로 복제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변형적 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해적판 도서를 불법으로 내려받아 별도의 자료실에 보관한 행위에는 공정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AI 학습 목적이라고 해서 저작물을 불법으로 확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후 앤트로픽은 지난해 9월 작가들과 총 15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법원은 올해 7월 이를 최종 승인했다. 미국 저작권 소송 사상 최대 규모의 합의금이다. 보상 대상은 약 48만2000개 작품으로, 작품당 배상액은 약 3000달러(약 400만원) 수준이다.
메타도 지난해 6월 작가들이 제기한 별도의 저작권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메타의 AI 학습이 일반적으로 합법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작가들이 AI 학습으로 인한 시장 피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메타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법원은 AI가 생성한 글과 책이 기존 작가들의 판매시장을 잠식한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원에서도 AI 학습의 적법성을 둘러싼 판단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셈이다.
이번 메타 소송에서 작가들이 집단소송 대신 개별소송을 선택한 것도 주목된다. 앤트로픽의 집단소송 합의금은 작품당 약 3000달러지만, 미국 저작권법은 고의적인 침해가 인정될 경우 작품당 최대 15만달러(약 2억원)의 법정손해배상을 허용한다. 앤트로픽 합의금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액수로, 실제 배상 여부와 금액은 재판에서 결정된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법률회사들은 앤트로픽 집단소송에서 탈퇴해 개별소송을 추진하려는 작가들을 모집해 온 곳이기도 하다. 변호인단은 현재 2200명 이상의 작가를 대리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최대 1000건의 개별 청구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작가조합은 이번 소송을 지지하면서도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는 집단소송을 통한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타를 상대로 앞서 제기된 관련 저작권 소송들의 배심원 재판은 내년 5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AI 기업의 도서 이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강, 김애란 등 한국 작가들의 영문판 도서가 앤트로픽의 해적판 도서 취득과 관련한 합의 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다. 앤트로픽이 국내 도서 유통업체를 통해 한국어 책을 대량 구매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출판계가 실태조사와 저작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