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대 거시재정간담회  >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이 부총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재정경제부 제공
< 확대 거시재정간담회 >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이 부총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재정경제부 제공
기획예산처가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에 대한 재정경제부 수정 요구를 한 건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부는 미래대응기금에 쌓인 자금으로 국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하고, 초과세수 사용 결정권을 재경부 장관에게 부여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 경제팀을 총괄하는 재경부와 경제팀 일원인 기획처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미래대응기금 관련 법안 검토의견서에 따르면 재경부 국고실은 지난 8월 27일 기획처에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제출했다. 미래대응기금법 조항 7건의 삭제와 국가재정법 조항 3건의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기획처가 이들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경부의 핵심 요구는 미래대응기금에 쌓인 여유자금으로 국채를 갚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자는 것이다. 재경부는 국가재정법 제53조에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을 일반회계로 옮겨 국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재정법 제70조에도 기금 자금을 국채 상환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초과세수 사용 권한도 쟁점이었다. 재경부는 국가재정법 제90조를 고쳐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어디에 쓸지 재경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기획처가 마련한 원안에는 초과세수 사용을 결정하는 주체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았다. 재경부는 세입예산 편성과 국채 발행, 국채시장 관리 등을 담당하는 재경부 장관이 초과세수 사용 방식을 결정해야 혼선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올해 63조원 규모의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놓고 재경부와 기획처는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재경부는 초과세수를 국고채 발행 축소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비해 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에 더 많은 재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미래대응기금이 다른 회계·기금의 여유자금을 직접 빌려오거나 빌려줄 수 있도록 한 조항 7개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 공공자금관리기금과 기능이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재경부는 미래대응기금이 별도의 자금관리 기능을 갖추기보다 미래 성장동력 투자와 재정안정화라는 본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경부의 수정 요구는 미래대응기금 관련 법안에 반영되지 않은 채 지난 9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박 의원은 기획처가 재경부의 공식 요구 10개를 모두 거부한 경위와 청와대 보고 및 지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