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는 국민이 늘어날수록 소방 예산이 줄어드는 기형적 재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실언 논란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한 소방 재정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다. 지방자치단체도 불어난 세입으로 소방 재정을 확충하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담배 세금으로 소방 재정 충당

20일 기획예산처의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소방안전교부세는 7605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 1조502억원보다 2897억원(27.6%) 줄어든 규모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정부가 소방공무원 인건비와 소방·안전시설 확충 등을 위해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재원이다.
"담배 덜 팔리면 소방예산도 줄어든다"…기막힌 현실
문제는 소방안전교부세가 담배 소비량에 따라 출렁거린다는 점이다.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에 연동돼 있어서다. 정부는 2015년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하고 담배분 개별소비세의 20%를 재원으로 삼았다. 당시 담뱃값 인상과 함께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새로 부과하면서 화재의 주원인인 담배에서 거둔 세금을 소방 재정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2020년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계기로 이 비율을 45%까지 높였다.

취지는 좋았지만 소방공무원 인건비는 호봉 상승과 보수 인상으로 매년 늘어나는데, 국민의 담배 소비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담배 판매량은 2022년 36억3000만 갑에서 2023년 36억800만 갑, 2024년 35억2900만 갑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지방 재정 늘었지만 소방 투자 소홀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지자체가 여전히 이들의 인건비를 비롯한 소방 재정 대부분을 떠안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전국 소방 예산 8조5949억원 가운데 국비 비중은 11.4%에 그쳤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소방 예산이 28.5% 증가하는 동안 국비는 오히려 1.5% 감소했다.

지자체도 소방 재정 확충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재정 분권을 추진하면서 지자체에 돌아가는 세금을 확대했다. 국세인 부가가치세 가운데 지방에 배분하는 몫(지방소비세)을 2018년 11%에서 2023년 25.3%로 확대했다. 그만큼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도 커졌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당시 개편으로 2020~2030년 지방정부 재정이 누적 100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며 “이 가운데 일부를 소방시설과 장비 확충에 투입했다면 소방 현장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각종 현금성 지원과 자체 복지 사업을 확대하는 동안 소방시설 투자가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 재정을 ‘재정 빨대’에 비유해 논란을 빚은 추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도 올해 소방 예산을 줄였다. 경기도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노후 소방차 교체비 26억5000만원과 구급·구조장비 보강비 7억원,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비 1억원 등 소방 관련 예산 34억5000만원을 깎았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소방 재정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를 추모하면서 “소방·경찰·재난 재해 예방·보건 의료 등 국민 안전을 위한 핵심 기능의 대대적 정비와 보강이 필요하다”며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