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장이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기로 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일 페이스북에 "곽상언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기로 했다"며 "민주당의 정치노선에 동의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다. 오히려 저는 지금까지 민주당과 현 정부가 헌법과 법치의 정도에서 벗어날 때 누구보다 분명하게 비판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의아하게 보는 분도 있을 것"이라며 "저는 민주당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다. 당론보다 헌법을 앞세우고, 진영의 박수보다 자신의 양심을 선택할 줄 아는 정치인을 후원하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위원장은 "곽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한 법왜곡죄 도입에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도 당내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며 "저 역시 법왜곡죄 신설과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등이 문명국가의 수치이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국민통합위원장 자격으로 공개 표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에서 상대편을 비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진정 어려운 것은 자기편이 잘못 가고 있을 때 자기편을 향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곽 의원에게서 바로 그 정치인의 자세를 봤고 한국 정치의 희망을 읽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위원장은 "수도이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주도하는 등 노무현 정부의 여러 정책과 국정운영에 매우 비판적이었다"며 "그것은 정책과 권력 행사의 헌법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었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 보여준 곧음과 자기 확신, 정치적 음모나 궤변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려 했던 자세, 기득권과 타협하기보다 옳다고 믿는 길을 가려 했던 정치인의 기질을 높이 평가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노무현과 싸워본 사람이기에 오히려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무현 정신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많이 부르고 그때그때 파는 데 있지 않다. 권력에 취하지 않는 것이며, 자기편의 잘못에도 눈감지 않는 것이고,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민주당이 과연 그러한 노무현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노무현은 어느 정당의 사유물이 아니다. '노무현 정신'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정치적 면허증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하려면 먼저 자신에게 불리할 때도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의 사위인 곽 의원이 자신의 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단순한 두 번의 반대표가 아니라 정치인이 양심과 헌법적 판단을 당론보다 앞세울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이었고, 곽 의원은 적어도 그 순간에 자신의 답을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 정치가 이제는 '당신은 어느 편인가'를 묻는 정치에서 '당신이 지키려는 원칙은 무엇인가'를 묻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며 "보수가 잘못하면 보수 안에서, 진보가 잘못하면 진보 안에서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당론이 헌법 위에 있을 수 없고 진영이 양심을 대신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의 곽상언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당에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국회의원 곽상언을 후원한다"며 "앞으로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수든 진보든 헌법을 지키는 사람과는 진영을 넘어 손잡고, 헌법을 흔드는 권력에는 어느 진영이든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는 인연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초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을 지냈다. 다만 지난 9월 "국민통합에 관한 이 정부의 생각과 철학이 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며 물러났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