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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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업체의 글로벌 공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안방과 해외 주력 시장을 동시에 파고들고 있다. 저가 전기차로 신흥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현지 유통망과 공장을 흡수하며 유럽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전통 완성차에 역수출하는 단계로 진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이 가격과 기술 양쪽에서 추격당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 밖 전기차 시장도 잠식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자동차 수출은 820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8%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량인 709만8000대를 이미 15.6% 넘어섰다. 9월 한 달에만 105만3000대를 수출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00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2020년 99만5000대에 불과하던 수출이 6년 만에 열 배 수준으로 커졌다.

중국 업체들은 유럽과 중남미, 동남아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58개국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2.2%에 달했다. 브라질(93.4%), 인도네시아(91.6%), 태국(90.8%)에선 전기차 10대 중 9대가 중국 브랜드다. 유럽에서도 2022년 8.7%였던 점유율이 올 상반기 17.5%로 두 배가 됐다.
글로벌 시장 잠식하는 중국차…한국차, 반격 페달 밟는다
현대차그룹이 공들여온 시장에서도 순위가 뒤집혔다. 브라질자동차유통연맹에 따르면 비야디(BYD)는 상반기 9만9028대를 팔아 현대차(9만6723대)를 제치고 판매 4위에 올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집계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상반기 신흥국 전기동력차 판매는 10.5% 늘었지만, 점유율은 4.9%에서 3.0%로 하락했다. 차를 더 팔아도 중국 업체의 확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기동력차는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수소전기차를 합친 것을 뜻한다.

중국 차의 무기는 가격이다. 중국 업체는 배터리 소재부터 셀, 모터, 완성차 조립까지 수직계열화해 원가를 낮췄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검증된 플랫폼과 배터리 시스템을 재사용하고 설계와 성능 검증을 병행해 신차 개발 기간도 18~24개월로 줄였다. 전통 완성차가 통상 40~50개월을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BYD 소형차 돌핀은 27% 관세를 물고도 독일에서 할인과 보조금을 더해 1만2990유로(약 2000만원)에 팔린다. 비슷한 체급의 폭스바겐 폴로(약 2만380유로)보다 싸다.

유통망은 현지 업체와의 합작으로 해결했다. 립모터는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유럽의 시트로엥·푸조 대리점 850여 곳을 활용하고 있다. 체리는 스페인 에브로와 합작해 자사 플랫폼과 기술에 현지 브랜드를 얹었다. BYD는 포드가 철수한 브라질 공장 부지를 사들여 생산 거점으로 바꿨다.

◇ 수익성도 곤두박질

BYD 왕조 다탕
BYD 왕조 다탕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독일 자동차경영연구소(CAM)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15곳의 올 상반기 대당 평균 영업이익은 1187유로(약 194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줄었다. 현대차·기아도 2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였지만 합산 영업이익은 5조4794억원으로 13.9% 감소했다.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11.6% 줄자 직원 5만 명 감축안을 승인했다.

안방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BYD는 소형 전기차 돌핀을 2450만원부터 판매하며 중저가 수요를 파고들었다.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중국의 생산 경쟁력을 활용한 글로벌 브랜드도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하는 테슬라 모델Y는 올 1~9월 국내에서 7만3123대 팔려 기아 쏘렌토(7만4933대)에 이어 전체 판매 2위에 올랐다. 두 차종의 격차는 8월 말 6274대에서 9월 말 1810대로 좁혀졌다.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저렴하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국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준대형 세단 가격이 4000만~5000만원대로 높아진 사이 중국산 전기차가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에 들어왔다. 현대차·기아로선 해외에서 중국차에 내준 물량을 내수로 만회하기도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100%가 넘는 관세로 중국차를 막은 미국, 최대 45.3%의 관세를 매긴 유럽연합(EU)과 달리 한국의 방어 수단은 관세 8%가 전부다. HMG경영연구원은 올해 사내 보고서에서 중국 완성차의 국내 시장 위협도를 ‘중위협군’으로 격상했다. 중국차의 공세가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압박해 국내 생산 기반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가격 측면에서 중국보다 싸게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기술과 브랜드로 격차를 벌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