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공사 기간 살 집을 구하려 빌리는 이주비 대출 금리가 강남과 비강남 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 가치와 시공사 신용에 따라 조합원 부담이 구역별로 최대 2%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정부와 서울시가 앞다퉈 공급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착공 전 단계인 이주에서 자금 조달 격차가 벌어져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4구가 비강남보다 0.3%P 낮아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주요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금리 현황’에 따르면 이주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거나 앞둔 정비구역 20곳의 이주비 금리는 구역별로 작지 않은 격차를 보였다.

이주비는 종전 자산을 담보로 은행이 내주는 기본 이주비와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거쳐 끌어오는 추가 이주비로 나뉜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9곳 사업지의 기본 이주비 금리는 평균 연 3.78%로, 그 외 지역 11곳(연 4.1%)보다 0.3%포인트가량 낮았다.
치솟는 강북 이주비 금리…공급 가로막나
추가 이주비 격차는 더 컸다. 강남4구는 평균 연 5.07%였고, 재건축 규모가 작은 서초구 신반포12차(연 6.3%)를 빼면 모두 연 5.2% 이하였다. 송파구 가락미륭은 추가 이주비도 기본 이주비와 같은 연 4.1%를 적용받았다. 잠실우성4차는 연 4.9%, 가락삼익맨숀은 연 4.7%였다.

비강남권은 추가 이주비 평균이 연 5.43%로 뛰었다. 노원구 상계1구역이 연 6%, 강서구 방화3구역이 연 5.8%, 동작구 노량진3구역이 연 5.5%, 관악구 봉천4-1-3구역은 연 5.4%였다. 상계2구역은 연 5.5~7% 선에서 협의하고 있다. 아파트 시세가 높은 강남 재건축은 종전 자산을 담보로 넉넉한 한도를 확보할 수 있고, 1군 건설사가 시공을 맡아 신용보강 금리도 낮게 책정된다. 반면 빌라와 단독주택이 많은 강북 재개발은 담보 평가액이 낮아 은행 대출만으로 이주 자금을 맞추기 어렵다. 금리가 비싼 추가 이주비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주비 막히면 착공도 멈춰”

고금리 이주비는 공급 로드맵과 직결된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정비사업으로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정부도 공급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철거와 착공은 조합원 전원이 집을 비워줘야 가능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진행 중이거나 앞둔 정비구역의 거주 가구는 2만4844가구다. 내년 1만3446가구, 2028년에는 4만5256가구에 달한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강남구 대치 은마(4424가구)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도 관리처분인가 뒤 내년 이주 대열에 합류한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과 용산구 산호아파트는 아직 추가 이주비 금리를 확정하지 못한 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선 공급 확대 기조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이주비 금융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정비사업이 금융권 입장에서 위험이 낮은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은 담보가 확실한 사업으로 지역에 따른 이주비 금리 차이가 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이주비에 대한 공적 보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보증하는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상품’을 신설할 계획이다. 다만 공적 보증 제도 개편은 내년 이후 시행이 유력해 당장 이주를 앞둔 2만여 가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시도 종전 자산이 아니라 조합원 분양가를 기준으로 이주비 한도를 산정하도록 제도를 바꿔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가구당 최대 6억원으로 묶어둔 기본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해 정비사업 병목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만 의원은 “주택 공급 확대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이주비 부담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정부는 지역에 따른 금융 부담 격차가 정비사업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