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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못 열더라고요"… 생활 속 불편이 '미래차 아이디어'로 [현장+]
남양연구소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가족·동료·이웃의 불편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4개월 만에 실물로
실물 제작 거쳐 고객 관점 해법 제시
가족·동료·이웃의 불편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4개월 만에 실물로
실물 제작 거쳐 고객 관점 해법 제시
19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무대. 대상을 받은 M.S.V.2팀의 조광래 내장설계2팀 파트장은 수상 아이디어의 출발점을 이 같이 털어놨다. 오랫동안 관련 부품을 설계해 온 그였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조차 그 기능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R&D본부와 AVP본부가 2010년부터 매년 열어온 사내 경연이다. 임직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물까지 직접 만들어 발표한다. 17회째인 올해는 남양연구소 준공 30주년을 맞아 '혁신의 기원(Origin of the next)'을 주제로 내걸었다.
지난 4월 공모와 사전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6개 팀은 제작비와 작업 공간을 지원받아 약 4개월간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었다.
슬라이딩을 통해 러기지 보드가 트렁크 밖으로 나와 허리를 일자로 세운 상태에서도 짐을 쉽게 넣을 수 있다.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돼 부담을 덜어준다는 게 조 파트장의 설명이다. 올려놓은 짐은 러기지 보드를 밀어 안으로 넣을 수 있다. 여기에 커피, 물병 등 간편한 짐을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보드도 마련했다.
팀이 가장 공들인 건 '동작의 수'였다. 조 파트장은 "사람은 동작이 세 번만 돼도 안 한다. 한 번에, 한 손으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팀은 안내견의 한계를 짚었다. 식당처럼 안내견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여전히 있고, 공급도 수요에 크게 못 미친다. 국내 시각장애인은 약 25만 명이지만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33년간 배출한 안내견은 310마리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도 관건이었다. 김지한 로보틱스PM팀 책임연구원은 "2010년 이스라엘의 한 업체가 비슷한 기기를 500만 원가량에 양산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함께 평가해준 시각장애인 분들이 자주 쓰지 못했다고 한다"며 "지금은 센서가 경량화됐고 이미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적용해 단가를 10분의 2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팀이 주목한 건 '감각 충돌'이다. 눈은 멈춰 있는 화면을 보는데 몸의 전정기관은 차의 움직임을 느끼는 불일치가 멀미의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은 차량 신호로 조향각과 가속도를 실시간으로 읽어 우회전할 때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식으로 주변 시야에 차의 움직임을 알려준다. 뒷좌석에서 영상을 보는 승객에게는 화면 테두리에 같은 원리의 물결무늬를 띄워 시청을 방해하지 않는다.
팀은 실제 차 실험에서 멀미 저감이 필요한 탑승자의 84.6%가 증상 완화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멀미 걱정 없이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 그 시작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운전자 얼굴 표정 변화를 감지해 장면마다 감정 점수를 측정하는 모델이 하루치 영상에서 의미있는 장면을 추려내 자막이 포함된 완성 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하루를 마친 뒤 자신의 수고를 돌아보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안치영 상용통합제어개발팀 책임연구원은 "기사님들이 완성되면 자기 얼굴이 나온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셨다"며 "행사가 끝나면 더 편집해서 보내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으로 영유아 상태를 살피는 '늘봄'도 무대에 올랐다. 팀원 4명 가운데 3명이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기획이 일상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차량과 유모차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위험할 때 부모님께 알려주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최수영 책임 연구원은 "자율주행을 개발하며 쌓은 인지 판단 기술 을 아이의 이동 안전으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차 안에서는 아이가 잠들었는지 아이 자세가 위험하지 않은지 판단하고, 유모차에서는 다가오는 위험 물체와 차도 진입 위험을 판단한다.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면 차 안에서는 차량 디스플레이로, 유모차에서는 휴대폰으로 바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심사는 연구개발 부문 전문 심사위원 5명과 임직원 심사위원 100명이 구현성·독창성·기술 적합성·고객 지향성·비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수상팀에는 포상금과 해외 박람회, 생산거점 견학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무대 위 아이디어가 곧바로 양산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를 맡은 한석준 아나운서는 "연구원의 책임은 돈 생각 없이 가장 좋은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지만, 실제 제품으로 이어질 때는 돈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양산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1년 최우수상 '다기능 콘솔'은 싼타페의 '양방향 멀티 콘솔'로 양산됐고, 2025년 최우수상 '트레일러 견인 성능 향상 소프트웨어'는 북미·유럽에서 판매되는 5세대 투싼에 적용됐다. 2023년 대상작인 시각장애인 버스 탑승 지원 시스템 '데이지(Day-Easy)'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실증 시험을 진행하며 사회공헌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는 소프트웨어 혁신과 AI 전환을 위한 사내 해커톤 '24H Code Race'도 처음 열렸다. 플레오스 앱 개발을 주제로 8월 20~21일 무박 2일간 진행된 해커톤에서는 아이의 반응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는 반응형 오디오 동화 앱 '테일싱크(TaleSync)'가 대상을 받았다. 현대차·기아는 해커톤 아이디어의 차량 탑재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 전무는 이날 연구원들에게 "입사 34년 차인데 오늘 같은 도전은 개인적으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완벽하지 않은 아이디어인데도 당당하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말했다.
화성(경기)=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