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글씨' 전시 사과한 유홍준…"부끄러워 솔직하지 못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애국지사 유묵으로 잘못 전시한 친일파 박중양씨 글씨 논란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7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해당 작품을 전시했다가 외부 제보를 받은 뒤 철수했다. 유 관장 소장 작품이라는 점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유 관장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 앞서 "철저하지 못한 고증으로 친일파의 글씨가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잘못 전시되어 국민 여러분과 역사 앞에 큰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고증 오류로 독립운동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며 사과했다. 박물관 직원들에게도 "관장 개인 소장품을 비롯한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게 만들었다"며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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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7월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 충북 보은 출신 박원근(1912∼1950) 애국지사의 글씨라며 '일반시국은' 유묵을 전시했다. 작품의 낙관에 적힌 '박원근'이 친일파 박중양이 사용했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8월 10일 해당 작품을 철수했다. 박물관은 재검증을 통해 이 유묵이 한때 박원근이란 이름을 썼던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 남긴 서예 작품이라고 지난달 7일 밝혔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유 관장 개인 소장품이었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 사이트 '아이옥션'에서 이 유물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경매에서 유묵은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 작품으로 소개됐다. 시작가는 1만원, 최종 낙찰가는 5만원이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대국민 사과 때 왜 자신이 소장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느냐고 묻자 유 관장은 "제가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주저했다"며 "저의 큰 실책이었다"고 답했다. 이어진 조계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유 관장은 "혹시 저 개인의 자랑이 될까 봐 안 했고, 박중양의 작품이라고 밝혀지고 난 다음에는 미술사가로서 좀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 줬으면 하는 솔직하지 못한 마음으로 지나갔다"고 답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작품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판단한 근거와 별도의 감정 여부를 추궁했다. 유 관장이 "저 자신이 서예사의 전공자이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확신을 했던 것"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개인의 확신에 의존해 검증 없이 전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