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자치제라는 틀에 가려져 있던 소방 재정의 허술한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 부천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숨지고 7명이 크게 다친 참사가 허울뿐인 국가직 공무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지사가 “소방이 가장 크고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는 ‘실언’을 내뱉은 직후여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소방관이 국가직 공무원이 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4월부터다. 1992년 시·도 광역자치 소방체제가 시행되면서 전국 소방공무원 대다수가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문 전 대통령이 대형 재난 발생 시 지휘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소방청 신설 및 소방공무원법 개정으로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이 됐지만, 시스템을 운영할 제도적 기반 마련은 대책 없이 미룬 데 있다. 소방공무원법, 소방기본법, 지방교부세법 등 7개 관련 법안이 개정됐지만 정작 재정 부담과 같은 핵심 영역에선 국가직 전환 이후 6년째 불분명한 점이 적지 않다. 그 결과 예산 편성권과 인사권 없이 소방 예산 대부분을 지자체가 책임지는 기형적인 형태로 소방업무가 운영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소방 예산 8조1478억원 가운데 국비는 10.8%에 불과했다. 담배 개별소비세 일부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나가도록 했지만 담배 세수가 줄면서 중앙정부 지원금도 쪼그라들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은 국가와 지자체의 기본 업무다. 번지르르한 말로 ‘소방관의 헌신에 감사한다’면서 책임을 서로 떠넘겨선 곤란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무늬만 국가직’이 된 소방공무원 제도를 서둘러 손봐야 한다. 국가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앙정부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지자체도 선심성·포퓰리즘적 정책에 허투루 돈을 쓰는 것을 멈추고 국민의 안전을 앞장서서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