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다음 달 나스닥에 입성합니다.

미국 증시에서 사실상 첫 휴머노이드 전문 상장사가 나오는 건데요.

몸값이 100조원 넘게 거론되는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다수의 휴머노이드 기업이 있는데요. 어질리티가 먼저 증시에 입성하는 배경이 있나요?

<기자>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에는 테슬라 옵티머스처럼 대기업이 사업부로 하는 곳도 있고요.

피규어AI 같은 조 단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다수입니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증시에 직접 상장하는 건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처음인데요.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
어질리티는 상용화 측면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디지트'를 외부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는데요.

도요타의 캐나다 자동차 공장과 미국 물류 기업 GXO, 독일 자동차 부품사 셰플러, 중남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메르카도리브레 등입니다.

이들 고객사의 9개 시설에서 로봇이 실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엔비디아 등이 전략적 투자자로 지분을 확보했고요. 이번 상장 과정에서는 대만 폭스콘이 2억달러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죠.

<앵커>

일반적인 상장 방식이 아니라는데, 몸값은 어떻게 책정됩니까?

<기자>

일반적인 기업공개(IPO)가 아니라 우회상장 방식입니다.

다른 회사를 인수할 목적으로 미리 상장해 둔 이른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과 합병하는 건데요.

합병이 끝나면 어질리티가 그 자리를 물려받아 상장사가 되는 구조입니다.

스팩 합병은 시장에서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정하는 대신, 스팩과 대상 기업이 협상으로 몸값을 정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미래 성장 전망이 더 크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
현지시간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합병 증권신고서의 효력을 승인했고요.

다음 달 2일 스팩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면 어질리티는 11월 중 나스닥에 입성합니다.

합병 전 기업가치는 25억달러, 우리 돈 3조원대로 책정됐습니다.

이번 상장으로 6억2,000만달러 이상을 새로 조달하는데요. 스팩이 미리 모아둔 4억2,000만달러에, 폭스콘이 주도한 기관 투자자 자금 등이 더해진 겁니다.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
스팩 투자자가 투자금을 돌려받고 나가면 조달액이 줄어들 수는 있는데요.

상장 후 시가총액은 33억6,000만달러, 한화 5조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앵커>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고평가 논란도 있다고요?

<기자>

실적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영업손실이 매출의 79배에 달하는데요.

어질리티의 지난해 매출은 178만달러, 우리 돈 20억원대입니다. 반면 영업손실은 1억4,000만달러, 2,000억원 수준입니다.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질리티의 합병 전 기업가치는 3조원대입니다. 1년 매출이 20억원인 회사에 그 1,400배의 몸값이 매겨진 건데요.

앞서 8월 상장한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는 매출의 36배 수준에서 공모가가 정해졌죠.

이미 흑자를 내는 유니트리보다, 적자인 어질리티가 40배 가까이 비싸게 평가받은 셈입니다.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
물론 어질리티도 3억달러가 넘는 수주를 확보했다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다만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고객사 한 곳과 맺은 로봇 1,000대, 3년짜리 계약입니다.

정해진 조건을 하나씩 달성해야 돈이 들어오는 구조라, 당장 매출로 잡히지 않습니다.

매출의 질을 두고도 지적이 있는데요. 지난해 매출의 3분의 2가량이 자사에 투자한 주주들 회사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외부 시장에서 어질리티의 수요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겁니다.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
<앵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아직 실적으로 증명한 회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지난해 5,284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최근 5년간 쌓인 손실이 1조7,000억원 이상입니다.

어질리티보다 적자 규모가 더 크고요. 아직 자사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현장에 대규모로 넣지도 못했습니다.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장 시점도 밀리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은 최근 로이터통신에 "내년 상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등 양산 검증을 우선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건 어질리티와 같은 처지인데요. 어질리티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질리티가 매출의 1,400배로 고평가 논란이 있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훨씬 더 높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최대 145조원까지 보고 있는데요.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
어질리티가 상장한 이후에 강세를 보이면 현대차그룹 전반에 로봇 기대감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대로 부진하면 100조원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의문이 커질 수 있고요.

다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라는 확실한 수요처가 있는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결국 어질리티가 몸값을 실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증명하느냐가 국내외 로봇주 흐름을 가를 전망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효기자 jhlee@hankyungtv.com
매출 20억에 몸값 5조…현대차 로봇 '100조' 시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