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시황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코스피와 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시황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고금리 국면에서 그동안 우려한 AI 인프라 기업의 신용위험이 국내 증시의 악재로 떠올랐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7로 마감했다. 개장과 함께 335.8포인트(5.59%) 내린 5673.01로 출발한 코스피는 급락세가 나타나며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정지)에 이어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특히 오후 들어 지수가 5450.81까지 밀리면서 공포가 극에 달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매물 폭탄을 터트렸다. 코스피에서만 3조5281억원을 팔아치웠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3582억원, 4957억원을 순매수하며 추가적인 지수 하락을 막았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17조9310억원을 팔았다.

이날 증시 급락은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AI 인프라 기업의 신용위험이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AI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빌려주는 미국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회사채 금리는 하루 만에 112bp(bp=0.01%포인트) 뛰면서 수익률이 장중 15%에 달하고 회사채 가격은 폭락했다.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118bp까지 치솟았다.

CDS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 보험처럼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시장에서 평가하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코어위브의 2031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비슷한 만기의 미국 국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채권시장에서 통상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기 시작하는 기준선에 임박한 단계다.

예상보다 높은 미국 물가 지표가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면서 차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코어위브 회사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회사채 가격 하락)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덩달아 작용했다.

실제 코어위브 회사채 수익률 소식에 하이퍼스케일러의 CDS 프리미엄도 상승하면서 AI 전반으로 신용시장 불안이 확산했다.

코스피가 여타 아시아 증시 대비 낙폭이 컸던 이유는 이들을 고객사로 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증시 내 비중이 높아서다. 그동안 코스피 상승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 관련주에 매수세가 집중됐던 만큼 관련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지수 변동성도 함께 커졌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밸류체인 비중이 높고, 일본은 중규모 이상의 AI 밸류체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증시 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어 지수 낙폭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증권가에선 향후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AI 모델 기업들의 매출과 자금 조달 환경에 시장이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부분은 AI 설비투자 사이클을 지탱하는 AI 수요 둔화 여부"라며 "4분기 중 예정된 앤트로픽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드러날 재무적 상황, AI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의 CDS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금 조달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선 하이퍼스케일러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현금 창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자금 조달 환경에 영향을 주는 국채 금리가 진정된다면 할인율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