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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혼자 살기에 안전"…난민 300명과 함께 사는 '이 동네'
한국경제 창간 62주년 기획
소득 4만달러 시대 품격을 묻다
(5) 공존의 시대, 다양성 사회를 향해
"처음 보는 난민과 삽니다"
이방인을 식구로 들인 네덜란드
매년 500가구 가정-이민자 연결
지역사회 정착 빠르게 돕는 효과
창업 캠퍼스 같은 난민 수용시설도
주민과 함께 신사업 청사진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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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 오버베르흐의 평범한 주택가에는 초기 이민자·난민 수용시설이 있다. 수용시설이라고 해서 높은 펜스가 쳐진 격리된 곳이 아니다. 약 300명의 초기 이민자·난민과 네덜란드 청년 30명이 함께 산다. 주민과 수용자가 자유롭게 오가며 함께 수업을 듣고 일자리를 찾는다. 위트레흐트시의 이민자 통합사업 ‘플랜 아인스타인(Plan Einstein)’이다. 이곳에 사는 네덜란드인 아리엘 페퍼(27)는 “여성 혼자 살기에 안전한 곳”이라고 했다.
이민자 끌어안는 네덜란드
네덜란드가 이민자를 사회에 통합하는 접근법은 다른 유럽 국가와 완전히 다르다. 다른 국가는 초기 이민자와 난민을 별도 시설에 수용해 언어와 직업 교육을 마친 뒤 자국 사회에 편입한다. 네덜란드는 이들을 네덜란드인의 식탁에 앉히고, 수용시설을 일반 주택가 한가운데에 마련했다. ‘테이크케어비앤비(Takecarebnb)’는 네덜란드 일반 가정이 정착 허가를 받은 난민을 받아들여 3개월 이상 함께 지내는 제도다. 매년 500가구 안팎의 네덜란드 가정과 이민자를 연결한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가정은 대부분 일세 판데르마센 부부처럼 자녀가 독립해 방이 남은 보통의 네덜란드인 가정이다. 제트 크란츠 테이크케어비앤비 대변인은 “그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문을 열어준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독립 사회과학 연구기관인 베르베이욘커연구소가 2023년 호스트 185가구를 조사한 결과 40%가 65세 이상이다. 부부만 사는 가구는 43%, 1인 가구는 27%였다. 호스트의 91%가 대학 등 고등교육을 받았다.
네덜란드 가정과 함께 생활한 이민자의 절반 이상이 1년 뒤 유급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테이크케어비앤비 프로그램이 난민 수용시설보다 예산을 41~74%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정부기관인 난민신청자수용중앙기구(COA)는 테이크케어비앤비의 활동 재원을 지원한다. 네덜란드 법무안전부는 2024~2026년 3년간 98만3435유로(약 15억원)를 투입했다.
‘네덜란드인이 돼라’ 요구 안 해
테이크케어비앤비가 이민자와 네덜란드 가정을 연결했다면 플랜 아인스타인은 접촉 단위를 지역사회로 넓혔다. 플랜 아인스타인은 위트레흐트시가 총괄하고 중앙정부의 COA와 시민단체, 대학 등이 역할을 나눠 운영한다. 초기 사업에는 유럽연합(EU)이 약 278만유로를 지원했다.2018년 10월까지 운영된 초기 프로그램 조사 결과 영어 수업에 참여한 초기 이민자와 난민 281명 가운데 18명이 케임브리지 고급영어시험(CAE)에 합격했다. 15명이 ‘유럽공통언어기준(CEFR) B2’ 수준에 도달했다. 창업 교육에는 200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8개 사업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 들어갔다.
더 큰 변화는 주민 쪽에서 나타났다. 2016년 첫 플랜 아인스타인을 설치할 때 인근 주민 수백 명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2년 뒤 첫 임시시설 폐쇄를 앞두고 시행한 조사에서는 ‘폐쇄 찬성’이 14.9%인 데 비해 ‘폐쇄 반대’가 43.7%였다.
리스벳 마츠 위트레흐트시 플랜 아인스타인 난민·통합 정책자문관은 “주민들은 초기에 플랜 아인스타인 시설이 들어오면 끔찍한 곳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범죄가 없었다”며 “이곳에 수용시설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이민자에게 ‘먼저 네덜란드인이 돼라’고 요구하기 전에 네덜란드인과 함께 살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네덜란드의 실험이 성과를 거두자 포르투갈, 루마니아, 그리스, 폴란드, 크로아티아 등 다른 유럽 국가도 플랜 아인스타인 모델을 연구하고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명준 독일 베를린자유대 미디어사회학 박사는 “사회통합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수용이 아니라 상호 인정을 형성하는 과정”이라며 “한국도 이민자를 언제, 얼마나 받아들일지를 넘어 서로 다른 집단이 어떻게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지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위트레흐트=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