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증시가 7거래일 연속 밀려나면서 주요 지지선들 마저 무너지고 있습니다.

장중 코스피는 7% 넘게 급락해 5,500선으로 밀려났고,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왔던 대형 반도체와 IT 부품주에서 외국인 자금이 무섭게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충격에 더해 인공지능 산업을 지탱하던 클라우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시장의 공포도 커졌습니다.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와 함께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물가가 뛰면서 그동안의 전망이 모두 빗나갔습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들이 전체 시장을 끌고 내려가는 것 같군요?

<기자>
우리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외국인 매도세는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미국에서 시작된 기술주 비중 축소와 안전자산 이동이 가장 거칠게 반영되고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증시를 보기 전에 현재 시장 구도를 차트 2개로 압축해 볼 수 있는데요.

미국의 초장기 20년 이상 국채를 추종하는 TLT의 사촌격이자, 글로벌 기관들이 실제 24시간 거래하는 10년물 미국 국채 선물 가격입니다.

9월 하단에서 막대한 거래량이 터지면서 지금 뚜렷한 반등이 이어지고 있죠

반면 반도체 업종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기반의 상장지수펀드 가격 흐름은 지지선을 회복이 쉽지 않은 형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반도체 의존이 큰 한국 시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코스피는 오늘 오전에는 7% 넘게 급락하며 5,600선을 깼고, 오전 10시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10.35%, 반도체 기판 공급으로 가파른 상승을 보여줬던 삼성전기는 14%나 내렸습니다.

아이셰어즈 MSCI 한국 시장 추종 상장지수펀드인 EWY는 강한 매도 압력을 받으며 지난 6개월 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태입니다.

반도체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글로벌 연기금 등 패시브를 타고 들어온 자금들의 이탈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어제 저희 증권부가 집계한 외국인 자금 이탈 추이를 보여드렸는데,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누적 203조 원 순매도, 오늘도 오전에만 2조 4천억원 상당의 물량을 소화 중입니다.

<앵커>
오늘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2에서 5.09까지 하루만에 급락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예상을 웃돌았다는데도 금리가 내린다는 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아닙니까?

<기자>
간밤 시장을 흔든 9월 소비자물가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전월 대비 0.6%,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역시 전월 대비 0.3%로 예상치를 각각 0.1%씩 넘겼습니다.

에너지 상품 가격이 한 달 새 9.3%나 폭등 영향인데, 사우디에 대한 후티 공습으로 당분간 물가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마저 꺾였습니다.

이 발표 직후 이달 말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이 40%(전날 22%), 연내 두 차례 인상 확률에 무게가 실리면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9일 이후 최고치인 4.808%까지 뛰었습니다.

이러한 파장은 다시 단기 금리 즉 자금조달에 민감한 중소형주 기반의 러셀2000은 하루 만에 1.9% 급락하며 지난 8월 고점 대비 11% 빠지는 기술적 조정에 진입했고요.

대표적인 AI 네오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위기감까지 커지면서 간밤 15%나 폭락하는 등 급격한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글로벌 자금이 기술주에서 급하게 발을 빼는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대표적 파트너사였고, GPU 그래픽 가속기 기반 또는 무차입 조달로 커왔는데, 정작 매출은 나지 않던 기업이죠.

조달 기능이 완전히 마비될 위험까지 제기된다면서요?

<기자>
일론 머스크가 간밤 올린 한 마디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벤처 캐피탈리스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어위브의 채권 금리, 자금 조달 상황을 보여줬는데 상상 이상입니다.

코어위브는 올해 6월까지만 해도 2032년 만기의 금리 9.625%로 12억 5천만 달러어치를 발행하는데 성공했죠.

그런데 이 무담보 회사채 가치가 불과 넉 달 만에 액면가의 22%가 날아간 채 거래됐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채권 시장은 코어위브 무담보 회사채는 리스크가 높다고 보고 투매에 나섰다는 이야기입니다.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AI로 인한 구축효과와 관련해서 AI가 거품이 아니라 2조 4천억 달러 규모의 사모시장이 거품인지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AI 자금조달에 쓴소리를 내왔던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이자로 연 9%내고 고작 5% 수익을 낸다면 기업가치가 하락할 뿐”이라며 비판합니다.

이런 평가는 거래 가격에 녹아있다보니, 코어위브가 5년내 부도할 가능성을 반영한 CDS프리미엄도 50%를 넘겼습니다.

AI 인프라 기업들의 부채 조달이 반토막이 난 것도 시장이 소화할 여력도 필요하지만, 부실 위험이 높아지면서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한계가 다달았다는 점도 작용합니다.

<앵커>
그런데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 문제로 인해 차질을 빚는다면.. 미국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텐데 말이죠.

상장을 앞둔 앤스로픽의 3분기 매출도 시장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서 위기감이 팽배한 것 같군요?

<기자>
사모시장의 균열에도 AI 인프라 확장을 늦출 수 없는 딜레마가 커지고 있죠.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지난 분기 실적 이후 미 경제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 센터 건설이 늦춰지면 경기침체에빠질 수 있다, 너무 많은 경제 요소들이 설비투자에 기반하고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이런 막대한 투자의 결과물이어야 할 인공지능 기업인 앤스로픽은 지난 3분기 고성장과 흑자전환을 보여줬지만 시장 회의론까지 덮진 못했습니다.

앤스로픽이 내달 상장에 앞서 투자자들ㄹ에게 공개한 3분기 매출액은 168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45% 급증했고, 조정 영업이익률도 11%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분기 매출 추이로 보자면 1분기에 48억 달러, 2분기 115억 달러, 3분기에 168억 달러로 지난 분기보다 속도가 둔화했고요.

시장이 당초 2조 달러 수준의 기업가치에 반영하려던 연매출 1000억 달러 달성이 실제 가능한지 의문이 오히려 커졌습니다.

대형 기술기업 7곳에 의존하던 S&P500의 상승 속도도 막바지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커졌고요.

기술적 분석 보고서를 내는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 전략가는 인터넷 버블 시기를 따르고 있지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7개 기업에게도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합니다.

블랙록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한 것처럼 기술주에 대한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채권 시장에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철회하기도 했죠.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한국 증시만해도 실적에 비해 극단적 저평가에 진입했지만, 기술기업들의 자금 조달 위험이 해결되기 전에 추격 매수할 시점은 아니라는 경계도 나타납니다.

<앵커>
결국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연준이 추가 인상을 하지 않아야 조달 시장의 불안을 덮을텐데요.

오늘 밤 생산자 물가지수가 또 공개되는데.. 반도체 등 중간재 부품 가격이 워낙 뛰어서 걱정입니다.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기자>
오늘 밤 한국시간 9시 30분에는 기업의 도매 원가 부담을 보여주는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발표됩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컨센서스 기준으로 전월 대비 0.6%,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5%입니다.

디젤 가격이 뛰면서 산업용 연료, 정제 마진에 관련 비용 부담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느냐를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미국 2, 3위 유통업체인 코스트코, 타깃은 이번 4분기 화물 운임 압박으로 인한 매출 둔화 가능성을 예고했고요.

반도체 평균 단가 상승으로 우리 수출 실적은 뛰고 있지만 부메랑처럼 2배씩 뛴 반도체 가격이 스마트폰, 노트북 등 가격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죠.

이번 주말에 케빈 워시 의장이 방콕 연차 총회에서 발언을 하는데, 워낙 매파적 입장을 보여온데다 존 윌리엄스 총재와 같은 금리 동결을 직접 시사할 가능성도 낮게 관측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김종학기자 jhkim@hankyungtv.com
머스크도 경악한 재무 부실…AI 회의론 겹친 기술주 탈출 [딥시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