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따러 왔어요"…고깃집 사장님들 몰린 시험 뭐길래
K푸드 열풍으로 외식업계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삼겹살 굽기' 같은 자격 시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손님에게는 자격증이 일종의 품질 보증서가 되고, 업주에게는 서비스와 맛을 표준화하는 도구가 된다는 평가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당산동 고깃집 약산돼지에서 제19회 '선진 그릴링 마이스터' 자격시험이 열렸다. 그릴링 마이스터는 선진식육문화연구원이 2021년부터 운영하는 민간 등록 자격증이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뉜다. 온라인으로 치르는 필기시험은 돼지고기 문화와 생산, 영양학적 품질 등을 다룬다. 실기시험에서는 온도 제어와 시어링, 마이야르 반응 원리 활용 등 실제 조리 기능을 평가한다.
차호명 선진기술연구소 식품솔루션팀장이 그릴링마이스터 자격시험 평가를 하고 있다. 선진 제공
차호명 선진기술연구소 식품솔루션팀장이 그릴링마이스터 자격시험 평가를 하고 있다. 선진 제공
선진은 자격시험을 통해 돼지고기 굽는 방식을 표준화했다. 2.3cm 두께로 썬 삼겹살을 210도로 예열된 불판에서 2분, 뒤집어 2분 굽는다. 핵심은 온도다. 고기를 올린 후에는 발연점인 189도 밑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상태로 구워야 타지 않고 육즙이 잘 보존된다는 게 선진 측의 설명이다. 앞뒷면이 다 구워지면 고기를 잘라 단면을 돌려가며 중간 부분의 지방인 근간 지방이 충분히 수축될 때까지 익히면 된다. 전체 조리 시간은 12∼14분이 적절하다.
차호명 선진기술연구소 식품솔루션팀장이 그릴링마이스터 자격시험 평가를 하고 있다. 선진 제공
차호명 선진기술연구소 식품솔루션팀장이 그릴링마이스터 자격시험 평가를 하고 있다. 선진 제공
선진이 그릴링마이스터 자격 시험을 운영하는 것은 K바베큐에 대한 인기는 높아지고 있지만 체계적인 조리법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돼지고기도 보관 방법과 굽는 방식에 따라 맛에 큰 차이가 난다. 매뉴얼이 없으면 현장에서는 손님들이 먹는 요리에 편차가 생기고 경영 효율성도 떨어진다.

차호명 선진기술연구소 식품솔루션팀장은 “돼지고기는 싸고 배부르게 먹는 고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소비자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이에 걸맞은 체계적인 조리법이 필요하다”며 “선진은 외식업 사장님들에게 조리 기술뿐만 아니라 고기의 보관 방법부터 고기에 맞는 반찬, 식당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컨설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차호명 선진기술연구소 M&F혁신센터 식품솔루션팀장이 그릴링마이스터 자격시험을 설명하고 있다. 선진 제공
차호명 선진기술연구소 M&F혁신센터 식품솔루션팀장이 그릴링마이스터 자격시험을 설명하고 있다. 선진 제공
응시자 8명은 대부분 자신의 업장에서 고기 굽는 과정을 매뉴얼화하고 자격증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시험장을 찾았다. 서울 강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어규빈 씨(33)는 "직원들에게도 굽기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라며 "자격증을 매장에 두면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푸드 관련 자격증이 단순 이벤트에서 전문성을 갖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트진로의 쏘맥 자격증이나 배달의민족의 치믈리에 자격증 등은 별도 시험 없이 퀴즈를 맞히면 발급해주거나 단발성 행사로 진행된 이벤트 성격의 자격증이었다.

선진 관계자는 “현장의 사장님들은 평가와 검증을 받고 손님에게 전문성을 보여주길 원한다”며 "삼겹살이 대표 K푸드로 자리 잡고 고깃집 간 품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누적 응시자는 400명에 달한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