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 중간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의 투자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대미투자를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일본의 대미 투자 자금으로 미 뉴욕주에 대형 반도체 공장 2곳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로벌파운드리스와 하워드 러트닉 장관이 이끄는 상무부가 뉴욕주 몰타에 대형 반도체 제조시설 2곳을 짓는 210억달러 투자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거래로 뉴욕주에 건설·공급망 일자리 2만7000개와 고숙련 제조업 일자리 1000여개가 생긴다고 했다. 일본 정부도 “대미투자 합의 내용 중 첫 번째 반도체 관련 내용”이라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양국이 자동차, 산업용 기계, 스마트폰, AI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성숙 공정반도체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자금은 일본 정부가 약조한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금에서 조달하되, 미국 반도체사인 글로벌파운드리(GF)가 이 공장에 기술을 제공하고 운영을 담당한다. GF는 1호 공장에서 300㎜ 웨이퍼를 연 90만장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중 착공해 2029년 가동이 목표다. 2호 공장도 비슷한 규모로 추진될 전망이다.

두 공장에서는 자동차, 산업용 기계, 스마트폰, 통신 인프라 등을 위한 범용 시스템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게 된다. 교도통신은 생산 물량이 일본 차량용반도체 회사인 르네사스에 공급될 예정이며, 공장 생산 장비를 도쿄 일렉트론이 납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통신은 또 첨단 반도체 생산이 대만과 한국에 집중된 상황에서 미일 공급망을 강화하면 “대만 유사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팀 브린 GF 최고경영자(CEO)는 “신공장 가동으로 미국 웨이퍼 생산능력이 1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지시에 따라 일본이 210억달러 투자금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거래는 미국 산업기반을 재활성화하기 위한 나의 역사적 무역협정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일본·한국·대만의 투자 약속을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로 바꾸고 있다"며 "더 많은 반도체, 더 많은 전력, 더 강한 에너지 안보, 더 많은 일자리를 가져올 변혁적이고 세대적인 거래"라고 강조했다.

이번 거래의 결과로 미국 정부가 소유하는 글로벌파운드리 지분은 늘어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과의 거대한 승리에서 보여줬듯 우리 상무부는 미국을 위해 돈을 버는 최초의 상무부"라며 "미국 납세자가 GF 주식을 받는 추가 합의를 발표한다"고 했다. 상무부는 실리콘포토닉스, 실리콘게르마늄(SiGe), 첨단 패키징에 9억5500만달러를 투자한다.

GF 측 설명에 따르면 이는 신규 예산이 아니라 기존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을 수정해 9억5500만달러를 재배정하는 방식으로, 뉴욕주 몰타와 버몬트주 벌링턴 공장 투자를 앞당기는 데 쓰인다. 별도 합의로 상무부는 GF 지분 약 4%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써 총 투자액은 16억3000만달러가 되며, 미국 정부 지분 가치는 20억달러를 넘는다"며 "보조금을 미국의 돈으로 바꾼 행정부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브린 CEO는 로이터에 이번 거래로 미국 정부의 지분율이 4% 늘어나 약 7%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증시에서 글로벌파운드리 주가는 4.8% 상승해 48.94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 대만이 알래스카에 투자한다고 홍보했다. 그는 한국이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이것이 자신과 체결한 “무역 및 투자 합의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대만에 대해서는 앞으로 20년 동안 대만이 연간 700억~80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사들이고, 44억달러 규모 지분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영 에너지기업인 대만중유(CPC)가 이르면 2032년부터 연간 최대 600만t의 LNG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LNG 연 2000만t의 3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워싱턴=이상은/도쿄=최만수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