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돈 끌어온다"더니…증시 덮친 '15%' 공포의 정체 [빈난새의 빈틈없이마켓]
불과 넉 달 전 100달러를 주고 산 채권이 지금은 78달러도 받기 어려워졌습니다. 네오클라우드 몸값 1위 상장사 코어위브가 발행한 채권 이야기입니다.

네오클라우드는 엔비디아 GPU를 대거 사들여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AI 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는 AI 인프라 기업입니다. 장비와 시설에 먼저 돈을 쏟아부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 자금조달 여건에 가장 민감합니다. 코어위브는 그중에서도 네비우스·아이렌 같은 동종사보다 자기자본과 보유 현금 대비 차입 부담이 커 금리 상승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가장 세게 얻어맞는 경향이 있습니다.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무담보 회사채 가격이 이날 액면가 1달러당 78센트 밑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통상 ‘부실채권(distressed debt)’으로 분류하는 가격대에 진입했다. 자료=블룸버그통신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무담보 회사채 가격이 이날 액면가 1달러당 78센트 밑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통상 ‘부실채권(distressed debt)’으로 분류하는 가격대에 진입했다. 자료=블룸버그통신
이날도 그랬습니다. 코어위브 주가는 14일(미국 동부시간) 15.5% 급락했습니다.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무담보 회사채 가격이 이날 액면가 1달러당 78센트 밑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통상 ‘부실채권(distressed debt)’으로 분류하는 가격대에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신용평가사가 부도 등급을 매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대가로 요구하는 위험 보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표면금리 연 9.625%짜리 채권 수익률은 연 15% 안팎으로 치솟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회사가 그린 미래는 정반대였습니다. 브래닌 맥비 코어위브 공동창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확보하면 “보험사 투자자금 풀에 있는 전 세계의 모든 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어위브는 일부 GPU를 담보로 잡힌 부채에 투자등급을 받았는데, 이것을 회사 전체 채권으로 확대해 자금 조달처를 넓히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이날 시장의 심판은 정반대였습니다. 채권 급락을 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에 “이런(yikes)”이라는 반응을 남겼습니다.

충격은 일파만파입니다. 미국 증시에선 네비우스 -10%, 아이렌 -12%, 어플라이드디지털 -9%, 코어사이언티픽 -12% 등 네오클라우드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고 오라클 -8%, 델 -11%, 마이크론 -4%, 팔란티어 -4% 등 AI 관련주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할 것 없이 큰 폭 하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4.3% 또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도 1.9% 내렸습니다. 오른 것은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에너지 정도입니다. 전형적인 '경기 둔화 장세'입니다.
14일(현지시간) 마감한 미국증시. 자료=핀비즈
14일(현지시간) 마감한 미국증시. 자료=핀비즈
15일 코스피는 5.6% 급락하며 출발, 오후 12시 현재 7.9%까지 낙폭을 키웠습니다. 이날도 벌써 2조6600억원 팔아치운 외국인이 하락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반도체 대형주는 물론 그동안 상대적으로 강했던 반도체 소부장도 두자릿수 폭락하고 있습니다.
15일 오전 11시45분 한국증시. 자료=에픽파이낸스
15일 오전 11시45분 한국증시. 자료=에픽파이낸스

금리 내려도 AI주 더 떨어졌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날에는 으레 여러 이유가 붙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간밤 예상보다 높게 나온 미국 9월 소비자물가(CPI)일 것입니다. 지표가 나온 뒤 미국채 금리는 다시 급등하며 위험 선호 심리를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날 장세를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금의 AI 투심 악화의 중심엔 높은 물가와 금리 그 자체보다, '신용시장이 보내고 있는 AI 자금조달 경고'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CPI 발표 뒤 5.2%에서 5.325%까지 급등했다가 금세 5.19% 안팎으로 되돌아왔고, 아시아장이 열리자 추가 급락해 오전 11시50분 현재 5.104%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유일한 성장 엔진이었던 AI 인프라 투자가 멈춰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침체 공포로 번지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미국채 10년물 추이. 자료=CNBC
미국채 10년물 추이. 자료=CNBC
시장의 걱정을 풀어쓰면 이렇습니다. AI 투자를 계속하려면 앞으로도 막대한 돈을 계속 빌려야 합니다. 그런데 물가는 예상보다 높고, 금리는 더 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지금 약속한 투자 계획을 끝까지 실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동안 AI 확장을 가로막는 병목은 GPU, 메모리, 반도체 부품·장비, 전력 같은 하드웨어였습니다. 그러나 5% 금리가 '뉴노멀'처럼 자리잡으면서 이제 그 투자를 가능케 하는 '자본' 그 자체가 병목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혹 탄 브로드컴 CEO가 지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78센트, 15%, 50%

코어위브가 그 의구심의 중심에 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6월 말 연결 재무제표상 금융차입금은 약 351억달러로 자기자본 약 50억달러의 7배였습니다. 여기에 장부에 인식된 리스부채 약 165억달러가 별도로 있습니다. 빌린 돈과 임차한 시설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업을 키운 만큼, 투자자들이 추가 돈줄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주는지가 관건입니다.

코어위브 같은 네오클라우드·데이터센터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선투자, 후수익' 구조입니다. 이제까지는 그 시차를 상당 부분 빚으로 메워왔습니다. 물론 선급금과 지분투자 등으로 미리 마련하는 자금도 많지만, 결국은 그 이상으로 나중에 돈을 벌어들일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순환 구조가 돌아갑니다.

연 9.625%짜리 2032년물 회사채 수익률이 14.8%까지 뛰었다는 사실은 그 '무한동력' 구조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졌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코어위브가 기존 채권에 지급하는 약정 이자가 당장 14.8%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새 돈을 빌리거나 차환을 할 때도 투자자들이 비슷한 수익률을 요구한다면 사업의 조달비용은 엄청나게 불어납니다. 코어위브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반영된 5년 내 채무불이행 확률은 50%를 넘어섰습니다.

길 루리아 DA 데이빗슨 애널리스트는 "9% 금리로 돈을 빌려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수익률이 5%라면 사업 규모를 키울수록 오히려 가치는 훼손된다"고 비판했습니다. 핵심은 투자로 벌어들일 수익보다 자금 비용이 높아지는 사업을 무한정 확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14일(현지시간) FT에 공개된 코어위브 공동창업자 인터뷰.
14일(현지시간) FT에 공개된 코어위브 공동창업자 인터뷰.
회사는 반박합니다. 마이클 인트레이터 코어위브 CEO는 사내 이메일에서 "새로운 유형의 기업을 만드는 과정에선 시장이 오해하고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라며 회사는 고객 계약을 갱신하거나 담보 자산을 다시 임대하지 않아도, 현재 확보한 계약잔고만으로 모든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문제가 된 무담보 부채와 달리 담보부 채권은 액면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시장이 과민반응하고 있을 가능성을 짚었습니다. 엔비디아 GPU와 구체적인 계약 현금흐름을 담보로 잡은 부채에 대해선 크게 불안이 없다는 사실은 시장의 의구심이 AI 산업 전반에 대해서가 아니라, 코어위브처럼 차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일부 기업에 일단 국한돼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돈줄 조이면 'AI 인프라 수혜주' 줄타격

단, 무담보 채권에서 시작된 불안이 신규 대출과 차환 조건까지 바꿀지, 그리하여 결국 모든 조달비용이 치솟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이날 네오클라우드 종목군이 일제히 급락한 것은 일단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주 코어위브와 연계된 데이터센터 관련 채권 최소 7개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갤럭시디지털, 코어사이언티픽 관련 채권이 포함됐습니다.

돈줄이 마르면 다음 차례는 설비투자(CAPEX) 축소입니다.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이 밀리면 GPU, 메모리, 서버, 네트워크, 전력기기 주문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삼전닉스 급락에도 그나마 버티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까지 이날 투매가 나온 배경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11.64%), 원익IPS(-10.95%), 하나마이크론(-12.3%) 등이 장 초반 크게 밀렸습니다.

지금의 수주와 실적이 좋아도 앞으로 예정된 고객의 투자가 얼마나 실행될지에 따라 미래 매출은 달라집니다. 물론 최근 주가 급락 자체가 곧 발주 취소를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시장이 먼저 그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단계로 봐야 합니다.

AI 랠리의 숨은 최대 변수, 디젤

결국 AI 투자 심리가 회복되려면 '자금 병목' 우려가 해소돼야 하고, 높은 조달비용과 고금리에 대한 불안이 해소돼야 합니다. 그 열쇠는 AI가 아닌 경유, 디젤 값에 있습니다. 최근 월가가 금리만큼, 어쩌면 금리보다 더 유심히 보는 가격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발표한 10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경유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4분기에도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바닥난 재고를 다시 채우는 건 2027년 하반기 이전엔 어렵다는 진단입니다. 9월 전 세계 경유 공급량은 1년 전보다 하루 70만 배럴 줄었고, 러시아와 중동에서만 하루 130만 배럴이 감소했습니다. 미국 경유 소매가격은 지난달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넘었습니다.

IEA는 사상 최고 수준의 경윳값이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질소득과 경제활동, 물가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경유값은 원유 흐름이 회복되는 것과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핵심은 원유가 아니라 정제 능력 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중동 긴장이 풀려 원유 흐름이 회복돼도 유럽과 아시아에는 이를 경유로 바꿀 정제 설비가 모자랍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말로 '에너지 휴전'을 외쳐도 이란 전쟁과 러우 전쟁으로 손상된 정유시설은 곧바로 복구되지 않습니다. 정제마진과 디젤 크랙스프레드(원유-디젤의 가격차)가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올 들어 유럽 디젤 크랙스프레드(위)와 유로존 금리 변동성(아래)은 거의 같은 궤적을 그렸다. 자료=찰리 맥엘리곳 노무라증권
올 들어 유럽 디젤 크랙스프레드(위)와 유로존 금리 변동성(아래)은 거의 같은 궤적을 그렸다. 자료=찰리 맥엘리곳 노무라증권
찰리 맥엘리곳 노무라증권 크로스에셋 전략가는 2월 이후 유럽 경유 정제마진과 유로존 금리 변동성이 사실상 같은 궤적을 그렸다고 분석했습니다. 디젤값이 물가 전망을 흔들고, 물가 전망이 금리를 흔드는 구조입니다. 금리가 흔들리면 먼 미래의 이익을 당겨 와 평가받는 AI·성장주가 가장 먼저 흔들립니다. AI 랠리의 운명 일부를 정유공장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기름값은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에도 핵심 변수입니다. AI와 인프라 투자에는 아무래도 공화당 의회가 우호적입니다. 그러나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갈 확률이 예측시장에선 60%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시장은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면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전기요금 상승과 지역 반발로 데이터센터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인허가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마이클 하트넷 BofA 최고투자전략가는 민주당이 싹쓸이하면 '상당한 위험회피'가 나타나 주가가 10% 넘게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살얼음판 증시, 확인할 세 가지

단, JP모건은 이런 선거 전 경계감이 단기적인 '전술적 우려'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습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전까지 시장이 극단으로 반영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위험 선호 심리는 긍정적으로 반전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역사적으로 중간선거일부터 연말까지 주가는 오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메리츠증권도 선거 이후 대기 자금이 다시 돌기 시작할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당분간 시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이미 많이 빠졌지만 미국은 이제 막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금 순환 우려가 누그러질 신호를 확인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전세계 돈 끌어온다"더니…증시 덮친 '15%' 공포의 정체 [빈난새의 빈틈없이마켓]
시장이 다음에 확인할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주요 AI 기업의 CDS 프리미엄과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 상승세가 진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이날 기준 5년물 CDS 프리미엄은 코어위브가 1118bp(1bp=0.01%포인트), 오라클이 288bp에 이릅니다. 국채 금리가 내려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침체 불안, AI 수익성 우려가 걷히고 기업들이 감당할 만한 조건으로 돈이 공급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숫자로 나타나야 합니다.

다음은 물가와 정책금리 경로입니다. 당장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케빈 워시 Fed 의장의 방콕 발언은 금리 경로를 가늠할 재료입니다. 경유와 물류비 부담이 생산자 가격과 기업의 판매 가격으로 얼마나 전가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마지막은 3분기 실적 발표입니다. 이달 말부터 등판할 빅테크가 설비투자 계획을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 네오클라우드의 수주와 자금 조달 비용은 어떠한지, 데이터센터에 자금을 공급해온 블루아울 같은 사모신용 운용사의 투자·대출 상황은 어떤지 등을 시장은 면밀히 살필 것입니다.

비관만 할 일은 아닙니다. 2분기 실적시즌에도 CDS 프리미엄이 고점을 뚫으며 지금과 비슷한 우려가 불거졌지만, 당시에는 결국 실적이 의구심을 잠재우면서 증시가 반등했습니다. 단, 단순히 AI 수요가 크다는 설명을 넘어 그 수요를 실제 매출과 현금으로 바꾸고, 투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시켜주는 기업만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루리아도 신용시장의 깐깐함을 꼭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자본시장은 이런 금리로 무한정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 같은 '마찰'은 버블의 과도한 팽창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본의 병목이 AI 성장 속도를 좀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두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신용시장의 경고가 AI 랠리의 과속방지턱이 될지, AI 버블을 꺼뜨리는 최후의 일격이 될지가 남은 질문입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