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상승률 둔화했지만
성북 16%·강서·서대문 14% 쑥
'거주 이전 자유' 제한 논란도
‘토지거래허가제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막았지만 시장도 위축시켰다.’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제라는 초유의 거래 규제에 묶인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갭투자를 원천 차단해 가수요 유입을 억제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와 1주택 갈아타기 수요자까지 거래 장벽에 막혀 전세 매물 감소와 중저가 매매시장 풍선효과 등 시장 왜곡이 초래됐다는 비판도 거세다.
◇전세 매물 급감에 서민 부담 커져
14일 서울 자치구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전인 지난 4월 1만42건으로 늘었다가 5월 6867건으로 줄었다. 8월에는 3531건으로 감소했고 지난달에는 4127건을 기록했다. 거래 규제가 강화되자 주택 매수 움직임이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25개 자치구)과 경기 과천, 의왕, 하남, 성남 분당 등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기존에 서울 강남·송파구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아파트 단지 등에 국한됐던 규제가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권으로 확대됐다. 투기성 거래를 억제하고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가격 부담과 대출 규제, 세제개편안 등이 맞물리며 약세로 돌아섰다. 5일 기준 강남(-0.34%)과 서초(-0.27%) 집값은 8월 둘째주 이후 9주 연속 하락했다.
김효선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갭투자를 사실상 차단하고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집값 급등세를 일시적으로 둔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갭투자 차단이 주택시장 전반의 안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주택을 매입하면 4개월 안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1000가구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공급 감소 속에 전셋값도 뛰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9.96% 상승했다. 성북(15.65%), 노원(14.63%) 등 외곽 지역의 상승 폭이 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매매 수요 억제뿐 아니라 실질적인 주택 공급과 전·월세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풍선효과에 거주 이전 자유 제약
전세 매물 감소는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 비규제 지역의 매매가 상승 등 풍선효과로 이어졌다. 전셋값과 주거비 부담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저가 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0·15 대책 이후인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10.41% 올랐다. 성북(16.51%), 서대문(14.40%), 강서(14.39%), 구로(13.69%) 등 외곽 지역의 상승 폭이 컸다. 대출을 활용해 매입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에 대응한 정책이 오히려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는 수도권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 영향으로 정부는 6월 경기 용인 기흥구와 화성 동탄구, 구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특정 지역의 거래를 억제하더라도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 시장 전반의 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사유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와 정상적인 주택 교체 수요까지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주택 매입 때 허가를 받고 일정 기간 실거주 의무도 지켜야 해 거래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가 주거 이동을 어렵게 하고 시장의 정상적인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