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라 스칼라·퐁피두 사업 전면 철회...박 전 시장, "지역 문화 글로벌 진출 기회 상실"
부산시가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인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을 전면 철회했다. 이 사업을 주도했던 박형준 전 부산시장은 이번 결정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정책 뒤엎기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전 시장은 "석 달간의 숙의 과정을 거쳐 두 사업을 모두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시민 체감도, 공공성, 재정 지속가능성, 행정 책임성 등 네 가지 기준을 두고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퐁피두 부산 분관 건립 사업 철회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기대 공원에 영구 시설물을 짓는 것은 편익 대비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고 판단했다. 퐁피두 센터와의 계약 역시 공공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연간 운영비가 125억원에 달하며, 지역 예술계와의 동반 성장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찬성률 75%에 달했던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 역시 재정 부담을 이유를 들었다. 부산시는 사업비 100억원 중 40~50%로 기부로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기부액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 예술인의 참여 등 협력 방안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사업 취소의 이유로 들었다.

박형준 전 부산시장은 이날 부산시의 발표 이후 낸 입장문에서 "문화 행정의 퇴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유치와 라 스칼라 공연 모두 시민 여론 조사에서 60%의 지지를 받는 문화정책이었다"며 "단순히 이름만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을 세계로 연결하는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철회했다면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도 중요한데, 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 운영 강화와 문화복합센터 건립에 그친 대안이 나왔다"며 "나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주요 정책을 이런 식으로 뒤엎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역 상공계와 시민 사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역의 한 기업인은 "라 스칼라라는 공연 자체를 볼 게 아니라, 이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감안해야 한다"며 "정명훈 감독이라는 세계적 거장이 이끈 프로젝트를 철회했는데, 여기서 잃은 신뢰가 앞으로의 대규모 공연 유치의 발목을 잡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민 김모(46)씨는 "라 스칼라와 지역 창작 공연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며 "지역 창작 공연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지만, 지금 부산에 필요한 것은 유명 예술인을 초청하고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문화의 외부 연결 대신 인프라와 지역 문화 정책 강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높이고 해외 유수 미술관과의 교류를 확대할 예정이다.

북항에는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전액 국비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시장은 "복합문화전시공간은 지역 예술인들이 오랜 기간 동안 요청한 숙원 사업"이라며 "세계적 문화기반시설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