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 시범운항선 시찰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부산 북항 제5부두에서 항만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앞줄 맨 오른쪽), 전재수 부산시장(맨 왼쪽) 등 관계자들과 함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치고 돌아온 ‘팬스타 아크로호’를 시찰했다.  청와대 제공
< 李대통령, 시범운항선 시찰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부산 북항 제5부두에서 항만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앞줄 맨 오른쪽), 전재수 부산시장(맨 왼쪽) 등 관계자들과 함께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치고 돌아온 ‘팬스타 아크로호’를 시찰했다. 청와대 제공
국내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 왕복 운항에 성공하면서 새 수출길이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후속 시범 운항으로 항해 데이터를 쌓고 선박·금융·항만 인프라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국내외 대형 선사는 비용 부담과 대러시아 제재 위험, 주요 화주의 환경 보호 요구 등을 이유로 참여에 신중한 분위기다. 정기 상업 운항으로 이어지려면 선사들이 감당할 비용 부담과 제재 위험을 줄이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0일 왕복 항해…유럽행 단축

해양수산부는 13일 부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팬스타 아크로호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 귀항 환영 행사를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해운·물류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해 운항 성과를 공유하고 선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지난 8월 22일 부산항에서 출발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극해를 통과해 영국 펠릭스토,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에 차례로 기항한 뒤 이달 11일 부산에 입항했다. 국내 선사의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로 한국과 유럽을 왕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발 뗀 '북극항로' 개척…사업성 확보가 최대 관건
이번 시범 운항으로 북극항로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50일간 왕복 항해에서 화학제품과 중고차 등 수출용 화물 73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유럽으로 운송했다. 부산~로테르담 운항에는 약 22일이 걸려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 기간을 열흘가량 단축했다. 해수부는 이번 항해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속 시범 운항을 거쳐 2030년 북극항로 상업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번 항해는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은 미지수…대형 선사 ‘신중’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에도 해운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시범 운항 공모에는 중견 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만 응모했고 HMM과 팬오션 등 대형 선사는 불참했다. 해외에서도 MSC와 CMA, CGM 등 대형 컨테이너 선사가 환경 문제와 불확실한 경제성 등을 이유로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한 수익성이다. 북극항로는 연중 운항이 어렵고 보험료와 쇄빙선 이용료 등 추가 비용이 든다. 중간 기항지가 적어 여러 항만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며 매출을 올리는 대형 선사의 기존 운항 방식과도 맞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학술지 ‘해양정책연구’에 실린 부산~로테르담 구간 분석에서는 수에즈항로의 2만TEU급 선박 운송비가 TEU당 726달러로 추산됐다. 북극항로의 4300TEU급 내빙선 운송비는 TEU당 1128달러로 약 55%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러 제재 부담과 러시아와의 협력 문제도 남아 있다. 해수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항해는 제재 대상 기업의 쇄빙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항 경로 상당 부분이 러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나는 만큼 러시아 측 협조 없이는 운항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화물 확보에도 제약이 있다. 나이키와 H&M, 갭 등 주요 화주는 북극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자사 제품을 북극항로로 보내지 않겠다는 기업 서약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후속 운항을 통해 선종을 다양화하고 내빙선에 적합한 특화 화물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했다.

송준영/정희원 기자 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