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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아직도 '개발 중'…새만금은 왜 '희망고문의 땅' 됐나
한국경제 창간 62주년 기획
소득 4만달러 시대 품격을 묻다
(3) 예측 가능한 신뢰 사회
불확실성이 내민 '청구서'
투자 멈추고 미래는 표류
부동산·교육·연금정책 혼란
새만금은 40년째 청사진만
소득 4만달러 시대 품격을 묻다
(3) 예측 가능한 신뢰 사회
불확실성이 내민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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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은 40년째 청사진만
법과 규제, 계약 등 사회적 규칙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면 사회는 엄청난 거래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중남미에서 개인경호원이 산업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며, 파키스탄 도심에서 양보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인과 국가, 제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사회는 병들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는 5년마다 예측 불가능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정권이 바뀌면 입시, 부동산, 연금, 노동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한다. 정책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새만금이다. 새만금 개발이 대통령 선거에 등장한 것은 1987년이다. 대통령이 아홉 번 바뀌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선과 총선에서 주요 정당은 새만금 개발을 공약집에 넣고 있다. 그사이 주민은 인생을 계획하지 못했고, 기업은 새만금에서 기회를 찾으려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한국 사회의 예측 가능성 점수는 얼마나 될까.
"명품도시·글로벌 거점" 구호만 거창…새만금은 왜 '희망고문의 땅' 됐나
호남표 얻으려 시작한 국책 사업…믿고 기다린 기업·주민만 피해
김제·만경평야를 묶은 곡창지대를 이 지역에선 앞 글자를 따 ‘금만(金萬)평야’로 불렀다. 입에 달라붙게 순서를 바꾸면 ‘만금’이 된다. 만금이란 단어가 처음 알려진 건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유세전에서다.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 소속 노태우 후보가 호남표를 얻기 위해 대규모 개발 공약을 내놨다.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2년이 흐른 1989년, 정부는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북 군산·김제·부안의 앞바다를 메워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2억8300만㎡의 땅을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렇게 한반도 지도를 바꾸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 간척사업’은 1991년 첫 삽을 떴다.
수차례 개명하고 40년째 개발 중
이름이 생긴 지 40년이 지난 새만금 사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초 완공 목표(2004년)는 진작에 지났지만, 아직도 대선·총선 때마다 주요 정당의 공약집에 포함된다. 그동안 사업 앞엔 ‘명품복합도시’(2010년), ‘창조적 녹색·수변도시’(2011년), ‘글로벌 경제협력 거점’(2014년), ‘글로벌 녹색성장 중심지’(2021년)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가 떨어져 나갔다. 1990년 푸둥 개발을 시작한 중국 상하이가 글로벌 메가시티로 변하는 동안 벌어진 일이다.
현재 새만금에서 개발이 이뤄진 곳은 북측의 새만금국가산업단지, 이른바 1산단밖에 없다. 1산단의 전체 18.5㎢, 9개 공구 가운데서도 3·7공구는 매립만 했다. 8공구는 매립 중이며 4·9공구는 시작도 안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새만금을 5년 만에 다시 그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군산시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새만금 개발에 들어간 지 35년이 지났지만, 농생명용지를 제외하면 부지 조성 성과는 국가산단 일부와 수변도시 정도밖에 없다”며 “초기 단계부터 한계가 존재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산업연구용지를 기존 12.1㎢에서 37.5㎢로 세 배 넘게 늘리고, 산업거점도 1산단 중심의 단일 체제에서 네 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산단은 김제 배후도시용지를 산업용지로 바꿔 새로 조성하고, 3산단은 이미 매립된 부안 관광·레저용지 일부를 산업용지로 전환한다. 4산단은 김제권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RE100 산업거점으로 새로 그렸다. 25.4㎢에 달하는 2~4산단의 신규 산업용지 가운데 상당 부분은 아직 매립 전 단계다. 주인을 정하지 못한 이 부지엔 지금도 바닷물이 들락거리고 있다.
‘제2의 새만금’ 돼가는 가덕도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대통령 선거마다 주요 대선후보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집에 집어넣었다. 선거마다 시끄러웠다. 당장이라도 가덕도에 새 공항이 생길 것처럼 들썩였다. 대구·경북에선 가까운 밀양을 후보지로 같이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역 갈등으로도 번졌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당선된 뒤에는 모두 백지화했다. 근거는 정부마다 시행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였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밀양과 함께 가덕도를 입지 평가한 결과, 경제성(비용 대비 편익·B/C)이 각각 0.73과 0.7로 나온 것을 근거로 공약이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철회했다. 박근혜 정부는 여기에 김해공항 확장까지 얹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용역을 줬다. 그 결과 1000점 만점에 김해공항 818점, 밀양 683점, 가덕도 653점으로 조사돼 김해공항 확장안을 최종안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부산·경남 표심을 의식해 가덕도를 되살려냈다.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해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길고 긴 추진과 철회의 가덕도 반복은 일단 끝나는 듯했다.
그사이 낭비된 행정력과 국가적 역량은 차치하더라도 이제는 공사비 증가와 경제성 저하라는 대가를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토부의 자체 사전타당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가덕도신공항의 B/C는 2022년(0.51)보다 낮은 0.36이었다. 이마저도 최근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정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다음달로 예정된 착공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가덕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똑같은 부지를 두고 선거 전후와 정권마다 ‘적합’ ‘부적합’ 판단이 뒤집힌 것은 국가 사업이 기술적·실증적 검토보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좌우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가덕도=이선아/새만금=안정훈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