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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맨땅에 헤딩했는데…최종 관문 뒤에 '최최종 관문' 있었다
조각투자 개척한 스타트업 대표의 호소
정부가 깔아준 판에서 사업 키워
50만명이 쓰는 STO 표준됐는데…
갑작스런 경쟁 절차에 존폐 위기
"시장서 평가 받을 기회만 달라"
정부가 깔아준 판에서 사업 키워
50만명이 쓰는 STO 표준됐는데…
갑작스런 경쟁 절차에 존폐 위기
"시장서 평가 받을 기회만 달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 허세영 대표(사진)는 1년 전의 분위기를 이렇게 기억했다. 2018년 28세에 창업한 뒤 8년간 수십억~수백억원짜리 부동산을 쪼개 소액으로 사고팔 수 있게 하는 부동산 조각투자에 매달린 결과, 소기의 성과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엔 이런 사업에 맞는 인가체계가 없었다. 정부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며 숨통이 트였다. 허 대표는 고객 보호장치를 갖추느라 2년 반 넘게 심사를 받았다. 그는 “역대 샌드박스 사례 가운데 가장 긴 심사였다”고 회상했다. 금융회사들을 설득해 신탁사가 부동산을 맡아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루센트블록이 투자자 모집과 거래를 맡는 구조도 짰다.
이렇게 짠 사업 모델은 지금의 토큰증권(STO)업계 표준이 됐다. 허 대표는 “금융당국이 다른 조각투자 사업자에도 따르라고 권고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2022년 문을 연 소유는 지난해 9월엔 이용자 50만 명, 누적거래액 3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회사로선 긴 실증을 마치고 이제 요건만 갖추면 정식 사업자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여겼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도 정식 인가 신청 시 심사위원회가 실증 성과를 토대로 인가 요건 충족 여부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절차가 있다.
하지만 창업 7년째인 지난해 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관문이 튀어나왔다. 금융당국이 유통사업자를 최대 두 곳으로 제한하고 점수 순으로 가리는 경쟁인가 방식을 갑자기 내밀었다. 넥스트레이드, 신한투자증권, 뮤직카우 등이 모인 NXT컨소시엄과 한국거래소, 코스콤, 20여 개 증권사가 모여 만든 KDX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타트업이 막강한 자본과 영업망을 갖춘 대기업들과 경쟁하게 된 것이다.
올해 2월 시장의 예상대로 NXT컨소시엄과 KDX가 예비인가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샌드박스 참여가 정식 인가를 보장하지 않으며 경쟁 방식도 신청 전에 공개했다. 운영 경험을 반영한 가점도 줬다”고 당시 루센트블록에 설명했다.
허 대표가 문제 삼은 건 경쟁에서 졌다는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열어준 제도 안에서 절차를 밟아 직원을 뽑고 시스템을 구축하며 수십만 명의 고객을 모으면서 사업을 벌인 결과였다. 그 절차만 따라가면 사업을 인정받을 줄 알았다. 그동안 마지막 관문이 있는지도, 그 방식도 전혀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규칙이 구체화됐을 때는 이미 창업 7년 차였고, 인생을 모두 건 뒤였다. 허 대표는 “대통령 세 명, 금융위원장 여섯 명이 바뀌는 동안 이 사업만 했다”고 했다.
예비인가에서 탈락하자 소유의 신규 거래는 멈췄다. 기존 고객의 배당과 자산관리 기능만 유지하고 있다. 추가 인가의 길이 열리지 않으면 회사 존립을 장담하기 어렵다. 허 대표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가 다시 심사받을 기회를 호소한 이유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샌드박스에서 4년간 실증한 기업에 정식 인허가 신청 기회를 줄 수 있는지 금융위원장에게 묻자, 허 대표는 “자동으로 인가를 달라는 게 아니다”며 “4년간의 실증 성과와 규제 준수 능력을 다시 심사받고 요건을 갖췄다면 시장에서 냉정하게 경쟁하고 싶다”고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