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7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산에 쑥을 캐러 갔다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20일 후, A씨는 사망했다. 참진드기에 물리면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때문이다. SFTS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280명의 환자. 41명의 사망자를 만들었다. 2차 감염도 문제다. 충북 청주의 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던 의료진 7명이 집단으로 2차 감염됐다. 국내 사람 간 2차 감염자 97%가 의료종사자일 정도로 SFTS는 진단도, 치료도 어려운 질병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정식 승인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대증치료와 일부 긴급 도입 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는 SFTS 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나의 약물로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응하는 범용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제프티'가 개발 로드맵의 핵심 요소다.

동물 생존 노출까지 과학적 근거 완성한 현대바이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3일 현대바이오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숙주표적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 SFTS 임상개발 출정식'을 열었다. 배병준 현대바이오 사장은 "미국 정부와 글로벌 감염책을 논의하던 시기에 국내 감염병 치료 현장의 높은 미충족 수요를 직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 사장은 "글로벌감염병을 해결할 플랫폼 기술을 갖춘 상황에서 국내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국내 임상 2상 진입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FTS는 국내 치명률이 18%에 달한다. 70세 이상 고연령층의 치명률은 26.1%까지 급증해 더욱 치명적이다. 같은 진드기 물림 진환인 쯔쯔가무시보다 치명률이 높은 중증 감염에 속한다. SFTS에 감염되면 초기에 고열이 나타난다. 최준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SFTS는 문진만으로는 의심하기 어려워 진단이 어렵다"며 "2차 감염도 커 치료도 어려운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배병준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숙주표적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 SFTS 임상개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배병준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숙주표적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 SFTS 임상개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앞서 현대바이오는 선행 세포실험을 통해 제프티의 SFTS 바이러스 억제 효능을 규명했다. 다만 당시 국내 고위험 바이러스 동물실험 인프라의 제약으로 후속 연구가 지연된 바 있다. 돌파구는 외부 독립 연구진의 SFTS 치사 동물실험 논문에서 열렸다. 해당 논문에서 100% 생존을 유도한 혈중 약물 노출 수준이 밝혀진 것이다.

현대바이오는 같은 동물 종(랫드) 연구를 통해 제프티 제형으로 해당 100% 생존 노출 수준을 재현했다. 또한 대규모 코로나19 임상 데이터 분석 결과, 5일의 인체 투여 기간 내내 SFTS 바이러스 억제 농도를 상회하는 평균 혈중농도(약 0.28 µM)를 지속 유지한다는 약동학적 가교를 확인했다.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2026)에 보고된 S100A4 염증 조절 기전 역시 현대바이오의 바이오마커 연구 결과와 일치해 환자 대상 2상 진입의 토대를 다졌다.

진근우 현대바이오 대표는 "SFTS는 4~11월에 집중되는 계절성 질환이라 신속한 개발이 핵심"이라며 "확보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식약처와 긴밀한 사전협의를 거쳐 SFTS 환자 대상 임상 2상 진입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5개 기관과 기술검토 완료…베트남과는 소아 임상 확대

진근우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숙주표적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 SFTS 임상개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진근우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숙주표적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 SFTS 임상개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제프티는 해외 정부 보건·안보 당국과 공조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의료화생방방어컨소시엄(MCDC) 정회원이 된 현대바이오USA는 미국 정부 산하 5개 기관 관계자·과학자 40여명과 합동 기술검토를 마쳤다. 현재는 미래 호흡기 팬데믹·에볼라 등 치명적 바이러스 대비를 위한 질환별 해결책 마련을 위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베트남과도 보건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베트남 LIGHT Institute 응우옌 투 지앙 회장, 베트남 보건부 딘 아인 뚜언 모자보건국장, 국립열대병병원(NHTD) 팜 응옥 타익 원장 등 핵심 보건 관계자들이 대거 자리했다. 현지 국립열대병병원에서 진행 중인 뎅기열 성인 임상이 중대한 안전성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양측은 사망 위험이 높은 소아·노약자 등 취약계층으로 임상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바이오는 일본의 선례를 넘어 국내 방역 주권을 확립할 예정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2024년 6월 당시 임상 3상 치사율 15.8%를 기록해 사전 기준 12.5%에 미달했으나, 대체 치료제가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항바이러스제 '아비간'을 조건부 승인했다. 현대바이오는 동물 100% 생존 노출을 재현한 데이터와 코로나19 임상(분석군 293명 대상 중대 이상 반응 0건)에서 입증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국내 임상 절차를 밟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배 사장은 "한국은 코로나19 당시 정부, 식약처, 의료계가 힘을 합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성공시켰던 경험이 있다"며 "식약처, 전문가들과 소통해 국내 SFTS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치료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