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형사사법체계 출범 후 처음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의 수사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에 올랐다. 여야는 이의신청 증가 등 부실 수사 우려와 솜방망이 징계를 질타했다. 한동훈 의원 딸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 관련 수사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 수사 완성도·전문성 ‘도마에’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급증한 배경을 물은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경찰 수사를 국민이 수긍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며 “더 높은 책임과 전문성, 공정성으로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채 의원에 따르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4년 새 2.1배 늘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3~4월 주요 검찰청 12곳에서 처리한 경찰 송치 사건의 절반에 가까운 45.6%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거쳤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는 4년간 27% 증가했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그는 경찰 수사에 대해 “불량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대행은 “경찰 통계와 약간 차이는 있지만 방향성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올해 4000명 이상의 수사인력을 확충했다”고 답했다.
김 대행은 인사말에서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을 권한의 확대가 아니라 더 무거운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내부 비리와 부실·편파 수사는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 비위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도 도마에 올랐다. 채 의원이 최근 5년간 증거인멸로 징계받은 수사경찰관 5명 모두 감봉 이하 경징계를 받았다고 지적하자 김 대행은 “배제징계를 원칙으로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여야, 정치인 수사 ‘공정성 공방’
여야는 정치인 관련 사건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 수사를 두고 ‘봐주기 수사’를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김재섭 의원의 장시간 경찰 조사 등을 문제 삼으며 맞불을 놨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한동훈 의원 딸 사건을 1년8개월간 수사하면서 고발인은 6차례 조사했지만, 피고발인은 서면으로 한 차례 조사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하면서 “이게 봐주기 편파 수사 아니면 무엇이냐”고 따졌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도 “검찰도 경찰도 ‘수사 안 할 결심’으로 임했다”며 당시 수사라인 감찰과 재수사를 요구했다. 김 대행은 이런 여당 의원들의 한 의원 딸 의혹 제기에 대해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전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에 대한 16시간 넘는 조사를 두고 국민의힘은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정원오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칸쿤 출장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된 김경 씨의 첫 조사는 3시간30분에 그쳤다”며 “야당에는 혹독한 수사, 여당에는 따뜻한 수사”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 대행은 “경찰은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찰 수장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청이 직무대행 체제로 계속 가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냐”고 하자 김 대행은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현안 업무를 꼼꼼하게 잘 대비하겠다”고 했다. 행안위원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 또한 경찰청장 공백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조속히 청장이 임명돼 경찰청 조직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며 그 뜻을 청와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