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이 석탄 사용 감축과 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시설 배출 규제 등 13년간의 대기오염 저감 정책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약 70% 낮췄다. 신화통신
중국 베이징이 석탄 사용 감축과 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시설 배출 규제 등 13년간의 대기오염 저감 정책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약 70% 낮췄다. 신화통신
중국 베이징의 하늘이 달라졌다. 짙은 스모그로 악명 높았던 베이징에서 파란 하늘을 보는 날이 일상이 됐다. 도심 공원과 호숫가에는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몰리고 도로 곳곳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16일 중국 생태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의 대기질지수(AQI)는 23로 중국의 6단계 공기질 평가에서 가장 좋은 우수 등급을 기록했다. 민간 대기질 관측업체 아이큐에어(IQAir)가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당 8.5㎍에 그쳤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당 8㎍으로 양호했다. 최근 베이징에서는 낮은 미세먼지 농도가 관측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시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의 PM2.5 농도는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베이징의 PM2.5 연평균 농도는 ㎥당 27㎍이었다. 전년보다 11.5% 감소하며 2013년 공식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2013년 89.5㎍과 비교하면 69.8% 줄었다.

공기가 좋거나 양호했던 날도 지난해 311일로 전체의 85.2%를 차지했다. 2013년보다 135일 늘어난 수치다. 심각한 대기오염이 발생한 날은 같은 기간 58일에서 단 하루로 줄었다.

이런 영향으로 베이징의 대표적인 도심 공원에서는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가벼운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몇 년 만에 올해 공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베이징 도로 곳곳에선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외출할 때 반드시 챙기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도 자연스러워졌다.

생태환경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공기질이 좋거나 양호했던 날은 199일로 2013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같은 기간 가장 많았다. 특히 올 1월에는 31일 가운데 30일의 공기질이 양호했다. 8월에도 30일이 양호한 날로 집계됐다. 올 1~8월 심각한 대기오염이 발생한 날은 하루도 없었다.

이같은 변화는 의료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왕징에 있는 홍대병원의 신주호 원장은 “베이징 공기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이 석탄 사용 감축과 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시설 배출 규제 등 13년간의 대기오염 저감 정책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약 70% 낮췄다. 신화통신
중국 베이징이 석탄 사용 감축과 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시설 배출 규제 등 13년간의 대기오염 저감 정책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약 70% 낮췄다. 신화통신
베이징 공기를 바꾼 핵심은 오염물질 배출원을 줄이는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석탄 소비 감축과 공장 배출 규제, 노후 차량 퇴출을 추진했다. 이에 맞춰 베이징시도 오염원 감축에 속도를 냈다.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올해 베이징의 신규 등록 자동차 중 신에너지차 비중은 65%를 넘어섰다. 건설기계 등의 신에너지 장비 비율도 50%를 웃돌았다.

베이징시는 공사장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해 26개 공사에 굴착 공간을 밀폐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올 초부터는 대기오염 방지와 친환경 전환 등을 포함한 100여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과 건설기계의 전동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공장과 생활 주변의 배출 관리도 강화했다. 석유화학·시멘트·자동차 정비 등 업종의 오염 저감 설비와 공정을 개선하고, 청정 난방 전환을 이어갔다. 공사장에는 굴착 공간을 밀폐하는 시설을 도입했다. 도로 청소와 먼지 관리도 강화해 지난해 도로 표면의 먼지 부하량은 ㎡당 0.35g으로 2020년보다 40.7% 줄었다. 음식점 약 3000곳의 배출 관리 수준도 개선했다.

베이징 주변 지역의 공동 대응도 효과를 냈다. 베이징시가 지난해 발표한 오염원 분석에 따르면 베이징 PM2.5의 57%는 주변 지역에서 유입되고 43%는 시내에서 발생했다. 베이징뿐 아니라 톈진과 허베이성의 공장과 차량 배출을 함께 관리해야 맑은 하늘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대기권의 영향을 받는 이들 세 지역은 가을·겨울 오염 대응과 비상조치를 연계하며 공동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베이징·톈진·허베이 및 주변 지역의 PM2.5 평균 농도는 전년보다 11.6% 낮아졌다.

물론 아직도 과제는 있다. 베이징시는 중국의 대기질 기준은 충족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PM2.5 연평균 농도 5㎍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주변 지역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거나 기상 조건이 나빠지면 스모그가 다시 짙어질 가능성도 높다.

베이징 의료계 또 다른 관계자는 “베이징시는 초미세먼지를 0.1㎍씩 줄이겠다는 정밀 관리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좋아진 공기의 질을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