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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낙원'은 실재했다…악뮤, 3만명 앞에 펼쳐낸 신기루 [리뷰]
[김수영의 스테이지&]
악뮤, 9~11일 KSPO DOME서 콘서트 개최
3일간 총 3만명 동원
'소문의 낙원'에서의 하루 펼쳐내
자유분방한 분위기·여운 남긴 연출
히트곡 향연에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까지
2시간 반 동안 30여곡 소화
악뮤, 9~11일 KSPO DOME서 콘서트 개최
3일간 총 3만명 동원
'소문의 낙원'에서의 하루 펼쳐내
자유분방한 분위기·여운 남긴 연출
히트곡 향연에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까지
2시간 반 동안 30여곡 소화
단번에 낯선 세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드는 공간. 산등성이 너머 멀리서 라이트를 켠 픽업트럭 한 대가 등장했고, 언덕을 굽이굽이 넘어 무대 쪽으로 거리를 좁혀왔다. 이내 영상을 뚫고 픽업트럭이 실제 무대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매 그룹 악뮤(AKMU). 이들이 노래했던 '소문의 낙원'의 실체가 눈앞에서 펼쳐진 순간이었다.
악뮤(이찬혁, 이수현)는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국투어 콘서트 '소문의 낙원(Paradise of Rumors)'을 개최했다. 지난 9~10일에 이은 3회차 공연이었다. 전 회차가 일찌감치 매진되며 3일간 총 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명인 '소문의 낙원'은 지난 4월 발매한 정규 4집 '개화'의 수록곡이다. 해당 곡을 통해 악뮤는 '낙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내세우며 행복과 자유, 치유와 즐거움의 가치를 전했던 바다. 자연스럽고 자유분방한 삶의 태도로 위로와 희망을 준 앨범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 곡이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악뮤는 흥겹게 관객들을 소문의 낙원으로 이끌었다. 시원시원한 밴드 사운드에 색소폰, 젬베 등 각종 관악·타악기가 더해지며 분위기가 달궈졌다. 악뮤는 '벌레를 내고', '옳은 사람', '우아한 아침식사' 등의 곡을 잇달아 소화했다. 이찬혁은 스탠드 마이크를 들고 차 위로 올라가 "다들 일어나라"며 호응을 유도했고, 이수현은 특유의 청명하고 싱그러운 음색으로 귀를 즐겁게 했다.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이찬혁, 환한 미소로 노래하는 이수현, 신나게 몸을 흔드는 댄서들, 환호하는 관객들까지 시작부터 자유로운 에너지가 공연장을 꽉 채웠다. 사랑을 찾아 향한 '소문의 낙원'에 불치병은 없다고 악뮤는 노래했었다. 지치고 병든 나그네가 힘을 얻고 환하게 웃는 곳. 상상 속에 있는 줄 알았던 그 공간은 이내 현실이 됐다.
'소문의 낙원' 무대가 시작되자 악뮤와 함께 1만여명의 관객, 현장 안내 스태프들까지 하나가 되어 안무를 소화했다. 근심, 걱정, 아픔 등의 단어는 끼어들 틈이 없는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물 만난 물고기'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우렁찬 떼창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개화'의 타이틀곡이었던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은 덤덤한 듯 뜨겁게 위로를 건네며 많은 이들을 울렸었다. 무대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수현은 "3일 동안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어서 행복하다. 감사하다. 여러분의 예쁜 삶에 퍼즐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래하겠다"면서 "오늘처럼 기쁜 날도 있겠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은 날도 있지 않나. 그런 여러분의 모든 날들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라고 첫 소절을 불렀다.
앨범 발매 당시 이찬혁이 2년간 은둔할 정도로 깊은 마음의 병을 앓았던 이수현의 곁을 지키며 회복을 도왔다는 사실이 큰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이날 두 사람은 객석이 아닌, 서로를 마주 본 채로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을 불러 박수받았다.
이찬혁은 "막콘(마지막 회차 콘서트) 짱이다. 자유로운 사람들이 다 모였다"며 감탄했고, 이수현은 "저희는 내일이 없다"고 말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무대 위, 아래가 음악으로 소통하며 마음껏 노래하고 뛰어노는 곳 소문의 낙원. 이수현은 멜로디언과 하모니카가 결합한 악기인 멜로디카를 불었고, 이찬혁은 돌출 무대를 쉼 없이 뛰어다니며 함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멸종위기사랑' 무대에서는 댄서, 연주자, 관객 누구 하나 눈치 보는 이 없이 행복을 노래했다.
'다이노소어(DINOSAUR)'에 이어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나올 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악뮤의 하모니에 귀를 기울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을 정도로, 심금을 울리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노래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소문의 낙원은 밤으로 바뀌어있었다. 별과 달이 떠 있는 까만 밤하늘이 스크린에 내걸렸다. 새벽 2시 캠프파이어가 시작됐다는 이찬혁의 말에 한층 고요하고 안온해진 무드가 내려앉았고, '난민들의 축제', '에베레스트(EVEREST)' 무대가 공개됐다.
마지막 곡을 앞두고 이수현은 "이제 슬슬 자러 갈 시간이 된 거 같다. 소문의 낙원에 모인 나그네들은 각자의 여정을 걷다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거다. '우리 같이 노래하고, 춤추고, 캠프파이어도 했잖아'라고 얘기하며 놀다가 또 여정을 떠나면서 그렇게 평생을 살 것"이라면서 "이제 각자의 텐트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고 말했다.
공연을 마치며 이찬혁은 "서울에서의 3일, 너무 대단했고 행복했다. 전국투어는 오랫동안 계획했던 거였다.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 엄청나게 감격스럽다"며 "여러분이 없었으면 꾸지 못했을 꿈을 꾸고, 이뤄가고 있고, 또 앞으로도 펼치기 위해 기대하고 있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마지막까지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악뮤는 '오랜 날 오랜 밤'에 이어 정규 4집의 숨은 명곡으로 꼽히는 '얼룩'을 부르며 신나게 공연을 마무리했다. 무대 이곳저곳을 방방 뛰어다니며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노래했다. 가창이 끝나자 소문의 낙원에는 별똥별처럼 보이는 것이 떨어졌다. 황홀한 그 빛에 젖을 즈음, 낙원은 운석을 맞으며 멸망했다.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결말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행복감을 만끽했던 낙원에서의 하루. 꿈 같았던 공간이 사라지니 비로소 지난 순간들이 더욱 또렷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악뮤가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이다.
서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악뮤는 오는 11월 7일 강릉, 21~22일 대구, 12월 5~6일 대전, 12월 19~20일 부산, 12월 25일 광주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