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 가능한 사회' 12%뿐
해결책 1순위는 '정책 신뢰 회복'
젊은층 "도전하는 문화 퍼져야"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에 걸맞은 사회가 됐다고 보는 국민은 15%에 그쳤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민은 ‘정책과 제도의 신뢰 회복’을 꼽았다. 경제적 성장에 비해 우리 사회의 성숙도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6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업체 피앰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5일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한국은 4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사회가 됐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15.5%에 그쳤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4.3%로 세 배에 육박했다. 부정 응답은 직업별로 자영업자(53.8%)가 많았고, 연령별로는 40대(48.6%)와 60세 이상(48.5%)에서 높게 나타났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한국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정책 및 제도의 신뢰 회복’이라는 응답이 42.2%로 가장 많았다. 2위는 ‘공정한 보상체계 확립’(20.1%)이었다. 이어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15.2%), ‘도전과 혁신 문화 확산’(12.5%), ‘실패 후 재도전 기회 확대’(9.3%) 순이었다.
정책과 제도의 신뢰 회복을 꼽은 비율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60세 이상은 51.2%로 과반이었고 50대 44.3%, 40대 39.5%, 30대 35.0%, 18~29세 32.5%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은퇴자(55.1%), 전업주부(50.8%), 자영업자(49.2%)에서 높게 나타났다.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도전과 혁신 문화 확산’에 무게를 뒀다. 18~29세는 22.3%가 이를 꼽아 60세 이상(6.6%)의 세 배를 넘었다.
보상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도 약했다. ‘한국 사회는 개인이 기여한 노력과 성과에 비례해 보상받는 사회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16.4%에 그쳤고 ‘그렇지 않다’는 39.9%였다. 40대에선 부정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에게 이유를 묻자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보상 격차가 크다’(27.6%)와 ‘성과보다 학력·학벌·출신·인맥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24.3%)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이어 ‘개인의 노력이나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17.5%), ‘경영진·대주주 등 일부에게 보상이 과도하게 집중된다’(15.5%) 순으로 답했다.
‘한국 사회는 패자 부활이 가능한 사회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12.1%에 그쳤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8.4%로 네 배였다. 이번 조사에서 긍정 응답률이 가장 낮은 문항이었다. 패자 부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재취업·직업훈련 교육’(31.3%)이 1위로 꼽혔다. 이어 ‘실패 경험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21.5%), ‘빚 탕감 및 재창업 자금 지원’(20.9%), ‘법률·세무 상담’(14.2%), ‘심리 상담 등 정신적 회복 지원’(11.6%) 순이었다.
미래 설계도 막막하다고 봤다. ‘현재의 소득과 자산으로 내 집 마련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50.1%가 ‘계획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계획할 수 있다’는 22.5%에 그쳤다. ‘은퇴 후 노후생활’에 대해서도 50.6%가 ‘계획하기 어렵다’고 답해 ‘계획할 수 있다’(20.8%)의 두 배를 웃돌았다.
향후 10년간 경제생활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은 노후 소득(29.9%)이었다. 이어 물가·생활비(26.6%), 집값(17.6%), 일자리(17.4%), 세금(8.2%) 순으로 답했다. 18~29세는 일자리(35.7%)를, 30대는 집값(30.6%)을 가장 많이 꼽았다. 50대(36.5%)와 60세 이상(37.0%)은 노후 소득을 가장 크게 걱정했다.
정종화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바라볼 만큼 성장했지만 일부 업종에 보상이 집중되고 집값 상승 속도가 기대소득 증가를 앞지르며 국민의 불안이 커졌다”며 “선진사회의 척도는 소득 크기보다 국민이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얼마나 믿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