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인공지능(AI)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롯데 제공
외국인 관광객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인공지능(AI)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롯데 제공
롯데가 그룹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하는 방식과 고객 경험, 사업 운영 전반을 AI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롯데는 지난 6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50여명을 대상으로 ‘CEO AI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틀간 교육에 직접 참석해 자연어 명령으로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바이브 코딩’ 방식으로 AI 서비스를 제작하고, AI 에이전트 개발에도 참여했다.

신 회장은 “AX는 선택이 아닌 그룹의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라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 전 임직원이 AI 에이전트 개발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연말까지 그룹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 실무 교육을 진행한다.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 반복 업무는 AI가 맡고, 직원은 전략적 업무에 집중한다. 외부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AI 에이전트 개발 역량을 겨루는 ‘AI 해커톤’과 계열사별 핵심 과제를 평가하는 ‘AI 챌린지’ 등으로 AI 활용을 독려할 계획이다. 그룹 AI 프로젝트는 수요 예측·자동 주문, 다이나믹 프라이싱, 고객 맞춤형 추천, 고객 서비스 자동화 등 4대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롯데는 브랜드·디자인 영역에도 AI를 접목하고 있다. 지난 9월엔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 롯데 디자인전략회의’를 열었다. 신 회장과 롯데지주 대표이사, 주요 계열사 대표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내년 그룹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롯데 고유의 브랜드 철학을 계승하는 디자인 프로세스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는 그룹 전용 디자인 플랫폼 ‘롯데 AI 디자인 스튜디오’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룹의 경영·브랜드·디자인 철학을 AI의 시안 생성과 검증 과정에 반영하는 플랫폼이다. 계열사별 상품·매장·서비스 디자인을 하나의 기준으로 관리해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롯데 계열사들은 고객 접점과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최초로 13개 언어 AI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도입해 외국인 고객을 응대한다. 롯데마트는 비파괴 당도선별기에 딥러닝 분석 기능을 결합해 신선식품 선별 정확도를 높였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자사몰을 챗GPT와 연결해 고객 질문에 맞춘 제품을 추천한다. 롯데건설은 20개 언어를 지원하는 AI 번역 솔루션으로 외국인 근로자와의 안전 소통을 강화했다.

롯데는 AI에 로봇 기술을 결합한 ‘피지컬 AI’로 AX 범위를 넓히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로이(ROI)’를 개발했다. 로이는 세븐일레븐의 미래형 매장 ‘AX LAB 3.0’에서 고객 응대를 맡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최초로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에 참가해 계단을 오르며 균형 제어와 환경 인지 기술을 검증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유통·물류·서비스 현장에 투입할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